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로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4 12단 샘플을 주요 고객사에 제공했다고 19일 밝혔다. 기존 계획보다 수개월 앞당긴 일정으로, 올해 하반기에는 양산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HBM4 12단 제품은 데이터를 처리하는 속도와 용량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여겨진다. 초당 2TB(테라바이트) 이상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대역폭을 구현해 이전 세대(HBM3E)보다 60% 이상 속도가 빨라졌다. 풀HD급 영화(5GB) 400편 이상을 1초 만에 처리하는 수준이다.
SK하이닉스의 HBM4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인공지능(AI) 반도체 ‘루빈’에 탑재될 전망이다. HBM 샘플은 주요 고객사인 엔비디아, 브로드컴 등에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2023년 4세대와 5세대 HBM 개발에 성공하며 HBM 시장에서 독보적인 선두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 3월에는 HBM3E 8단 제품을 업계 최초로 납품하기 시작했고, 6개월 뒤에는 세계 최초로 HBM3E 12단 양산에 성공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HBM 시장을 이끌어온 기술 경쟁력과 생산 경험을 바탕으로 당초 계획보다 조기에 HBM4 12단 샘플을 출하해 고객사들과 인증 절차를 시작한다”며 “양산 준비는 하반기 내로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의 주도권 선점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하반기, 마이크론은 내년 HBM4를 양산하는 것이 목표다. 이들 기업의 HBM4 개발 수준은 SK하이닉스보다 뒤처진 것으로 평가된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