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사진) 서울시장이 자신의 후원자가 여론조사 비용을 명태균씨 측에게 전달한 사실을 언론 보도 이후 알았다는 취지의 진술을 검찰이 확보했다.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김한정씨가 명씨 측에게 3300만원을 보낸 사실을 오 시장은 몰랐다는 취지다. 법조계에선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성립하려면 오 시장의 인식 시점을 규명하는 게 관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의혹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최근 오 시장 측 관계자를 조사하며 이 같은 진술을 확보했다. 오 시장이 보궐선거 기간은 물론 당선 이후에도 김씨가 돈을 건넨 사실을 몰랐다는 내용이다.
김씨가 명씨 측에게 송금한 사실은 지난해 11월 여론조사업체 미래한국연구소에서 일한 강혜경씨가 처음 공개했다. 김씨는 강씨 계좌로 3300만원을 보냈다.
오 시장 측 인사는 검찰 조사에서 ‘우리가 여론조사 비용 대납을 시켰다면 김씨 이름으로 송금하도록 했겠나’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시장이 직접 명씨에게 연락해 ‘김씨를 통해 2000만원을 전달하겠다’고 했다는 명씨 진술에 대해서는 ‘오 시장은 정치인이기 전에 법률가다. 전화로 정치자금법을 위반한다고 자백했겠는가’라고 부인했다고 한다.
검찰은 오 시장이 비용 전달을 언제 인식했는지 확인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정치자금법 위반이 성립되려면 후보자가 비용 전달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 이흥수 전 인천동구청장은 2019년 지지자들이 돈을 모아 선거 사무실을 차려줬다는 이유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그러나 법원은 이 전 구청장이 자금 모집과 사무실 임대료 지급을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고,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후보자가 ‘내가 무슨 돈이 있느냐’며 비용 대납을 부탁하거나 그런 사안을 선거 기간에 직접 논의했다는 것이 입증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후원자 김씨를 압수수색한 뒤 세 차례에 걸쳐 조사하는 등 진술과 증거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김재환 송태화 기자 j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