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을 “직무유기 현행범”이라 규정한 뒤 “이 순간부터 국민 누구나 (최 대행을) 체포할 수 있기 때문에 몸조심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에도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보류 중인 최 대행을 비판하는 차원이지만 다수당 대표가 지지자들에게 폭력을 선동한 것처럼 읽힐 수 있다는 점에서 대단히 부적절한 발언이다. 더구나 이 대표 자신이 테러 위협이 있다며 방탄복을 입기까지 했는데 버젓이 이런 말을 한 것 자체가 황당할 따름이다. 이 대표는 최 대행과 발언에 놀란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
헌재 판결 이후 3주가 되도록 최 대행이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점을 비판할 순 있다. 민주당 내에서도 “인내심에도 한계가 있다”는 등 최 대행 결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하지만 헌재가 마 후보자의 임명 시기를 못 박지 않았고, 윤석열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의 탄핵 심판 선고가 임박해 권한대행으로서 운신의 폭이 좁은 것도 사실이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이 대표가 지지자들도 모여 있는 야외에서 공개적으로 막말을 한 건 이성적이지 못하다. 특히 체포 주체를 국민으로 지칭하고 “험한 꼴 당할 수 있다”는 조폭식 뉘앙스의 ‘몸조심하라’는 표현을 쓴 점은 귀를 의심케 한다. “충격적 망언” “일종의 테러 선동”이라는 여당 논평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가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고, 본인의 공직선거법 항소심 선고가 1주일도 안 남은 점에 초조한 나머지 나온 발언으로 보인다. 심정 자체를 이해 못할 바는 아니나 이 대표는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가장 유력한 대권 후보이자 막강한 팬덤을 지닌 정치인이기에 누구보다 언행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가뜩이나 탄핵 심판이 다가오면서 ‘헌법재판관 살해’ ‘탄핵 기각시 혁명’ 운운하는 극단적 목소리가 횡행하는 중이다. 테러 피해자이자 지금도 신상 위협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비이성적인 사회분위기를 자제시킬 최적의 인물임에도 되레 위협을 부추겨서야 되겠나. “결과를 차분히 지켜보자”고 앞장서 말하는 게 이 대표가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