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 지정 해제를 한 달여 만에 번복했다. 파급력이 큰 부동산 정책의 후폭풍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해 정책 신뢰도를 무너뜨렸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집값 안정으로 정책 실수를 만회해야 할 것이다.
정부와 서울시는 19일 강남·서초·송파 강남 3구와 용산구 아파트 전체를 토허구역으로 확대 지정하기로 했다. 2200여 단지 40만 가구에 대해 전세 보증금을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가 원천 금지된다. 토허제는 투기가 우려되는 지역에서 일정 규모 이상 집이나 땅을 거래할 때 관할 기초자치단체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규제다. 집값 급등을 차단하기 위한 토허구역이 이처럼 대규모로 지정된 것은 처음이다.
서울시가 이처럼 초강수를 둔 것은 지난달 잠실·삼성·대치·청담동의 토허구역 해제 여파로 주택 시장이 과열됐기 때문이다. 당초 이 지역을 토허구역에서 풀기로 한 것은 재산권 행사를 침해하는 불합리한 규제라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이후 강남 3구 갭투자 비율이 상승하고, 개별 단지의 최고가 경신이 계속됐다. 설 전후였던 1월부터 시장이 꿈틀댔는데도 강남권 토허제를 해제한 것은 문제가 있었다. 결국 설익은 정책 판단으로 강남 집값은 폭등했고, 부동산 시장에 혼란만 가중된 셈이다. 게다가 다른 지역의 집값도 오를 조짐을 보여 상승세가 서울 전역으로 확산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오 시장은 “토허구역 해제 이후 강남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의 변동성이 커졌다는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사과했다. 서울시가 이제라도 실수를 인정하고, 강남 3구 등을 토허구역으로 재지정한 것은 늦었지만 다행이다. 하지만 내 집 마련을 하려던 실수요자 등 피해를 본 사람들은 누가 책임진단 말인가.
초강수 토허구역 지정으로 집값이 잡힐지도 의문이다. 당장은 거래량과 거래 가격이 주춤할 수도 있지만, 장기적 가격 안정 효과는 미지수다. 오히려 규제 주변 지역이 오르는 풍선효과나 규제 우회로를 찾는 꼼수가 나타날 수도 있는 만큼 당국은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할 것이다. 올 들어 금융권 대출 문턱이 낮아진 것도 집값 상승의 기폭제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택담보대출 관리도 강화해야 한다. 이번 정책 오판을 오 시장의 무리한 대선 행보의 하나로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오 시장은 시정을 책임지는 동안 서울시 집값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