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경기도 양주 거북이요양원. 20여명의 노인이 머무는 이곳에 찬양이 울려 퍼졌다. 요양 전문 선교사들이 방문해 찬양 예배를 인도하고 있었다. 70~90세로 보이는 노인들은 어린아이처럼 즐겁게 손뼉 치며 찬양을 불렀다. 이후에는 말씀 나눔과 세례를 베푸는 시간도 가졌다. 노인들은 선교사가 불러주는 세례문을 따라 읽었다.
약 1시간 정도 진행된 예배에 노인들은 호의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다음번에도 또 와달라”고 부탁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날 요양원을 방문한 장재호 선교사는 “삶의 마지막 단계에 다다른 노인들은 신앙의 수용성이 매우 높다”며 “누군가가 와서 적적한 마음을 달래주고 기도해준다는 것에 큰 감명을 받는다. 요양원에서는 1년 평균 약 100명에게 세례를 준다”고 밝혔다.
90대의 전모 어르신은 요양원에서 복음을 접했다. 평생 불교 신자였으나 지금은 자기 아들까지 전도할 정도로 적극적인 신앙인이 됐다. 전 어르신은 “이곳에서 비로소 진리를 알게 돼 기쁘다”고 전했다.
요양 선교를 주도하는 곳은 한국요양선교회(회장 윤문호 목사)다. 2016년 출범한 이곳은 현재 100여곳의 요양원에서 사역을 진행하고 있다. 80여명의 선교사들이 자비량으로 활동한다. 한국교회 목회자 가운데 일부는 휴일인 월요일에 시간을 내서 요양원을 찾아가 어르신들을 돌보는 사역을 무보수로 감당하기도 한다.
요양원에서 생활하던 목회자가 선교사로 헌신하는 경우도 있다. 정춘원(94) 목사는 전남 고흥 소록도 인근 교회에서 35년간 목회하다가 요양원에 입소했다. 요양 선교에 눈을 뜬 후 그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복음 전파에 나서고 있다. 정 목사는 “삶의 마지막 날까지 영혼 구원에 헌신하겠다”고 다짐했다.
선교사들은 요양 선교가 복음을 적극적으로 전하는 장소가 될 수 있는데도 한국교회의 관심이 높지 않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윤문호 목사는 “요양 선교가 부차적인 사역으로 여겨져 지원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목사나 선교사들이 이중직을 갖고 자비량으로 선교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녹록지 않은 형편이지만 ‘내 부모를 공경하라’는 하나님의 말씀과 복음 전파를 포기할 수 없어 고군분투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요양선교회는 앞으로 지역교회와의 연대를 강화해나갈 예정이다. 요양원 주변에 있는 교회가 요양 선교를 담당하는 ‘1교회 1요양원 품기’를 통해 선교회와 긴밀히 협력하도록 연결할 계획이다. 윤 목사는 “교회가 해당 요양원을 교구나 구역, 목장처럼 관리하면 좋겠다”면서 “지역교회 이미지도 살리고 현장에서 감명을 받은 목사들의 영적 메시지도 달라지며 자원봉사로 섬긴 성도들의 영적 만족도도 높아지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주=글·사진 최경식 기자 k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