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인구절벽과 아시아쿼터제

입력 2025-03-20 00:39

아시아쿼터제를 바라보는 스포츠계의 시각은 복잡하다. 리그의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는 바람직한 방향이지만, 국가대표 선수 경쟁력은 오히려 저하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0.7명대로 떨어진 저출생 상황에서 외국인 선수 수입을 늘리는 건 불가피한 추세다.

아시아쿼터제는 기존 외국인 선수 외에 아시아 지역에서 별도로 선수를 뽑는 제도다. 아시아쿼터제를 도입하는 프로스포츠는 점차 확대되고 있다. 2009년 프로축구를 시작으로 남자 프로농구(2020년), 남녀 프로배구(2023년), 여자 프로농구(2024년) 등이 아시아쿼터제를 운용하고 있다. 프로야구도 내년 시즌부터 일본 선수 한정으로 아시아쿼터제를 시작하기로 했다.

아시아쿼터 선수들이 각광받는 가장 큰 이유는 압도적인 ‘가성비’다. 대표적인 경우가 여자 프로배구 정관장에서 뛰는 인도네시아 출신 메가다. 2023년 팀에 합류한 메가는 기존 용병에 뒤지지 않는 활약을 펼치며 대표적인 아시아쿼터 성공 사례로 꼽혔다. 메가는 입단 첫해에 10만 달러, 2년 차엔 15만 달러를 보수로 받았다. 외국인 선수 연봉은 1년 차에 25만 달러, 2년 차에 30만 달러인데 절반 이하에 ‘용병급’ 활약을 펼친 셈이다. 메가의 보수는 여자 프로배구 평균 보수 1억6100만원과 비교해도 크게 높은 수준은 아니다.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전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프로팀들은 아시아쿼터제를 환영한다. 하지만 국내 선수들의 설 자리는 그만큼 좁아진다. 지난해 여자 프로배구 신인 드래프트는 총 46명이 지원했으나 프로행의 꿈은 19명만 이뤘다. 취업률이 41.3%에 불과했다. 아시아쿼터제라는 전력 보강 방식이 있는 만큼 만족할 만한 자원이 아니라면 꼭 뽑지 않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이다. 남자의 경우도 48명의 지원자 중에 절반 미만인 21명만 프로 유니폼을 입었다.

해외 선수들의 증가는 단기적으로는 팀과 리그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결국 한국 프로리그의 뼈대는 국내 선수들이다. 이들의 경쟁력 저하는 장기적으로 리그의 쇠락을 의미한다. 프로농구의 경우가 그랬다. 1990년대 농구대잔치 시절 농구의 인기와 위상은 요즘보다 높았다. 국제 무대에서도 아시아권에선 중국 외엔 못 이길 상대도 없었다. 하지만 1997년 프로농구가 출범하고, 외국인 용병이 들어오면서 서서히 상황이 바뀌었다. 5명이 뛰는 농구는 개인의 역량에 따른 전력 차이가 크게 나타나는 스포츠다. 용병들이 들어오면서 국내 선수들은 센터, 포워드 등 골밑을 지키는 포지션에서 밀려나기 시작했다. 팀의 1옵션은 용병 선수들의 몫이었고, 국내 선수들은 보조적인 역할에 머물렀다. 이런 상황이 고착화하면서 국내 선수들 중에서 눈에 띄는 스타는 점점 줄어들었고, 프로농구의 인기도 계속 하락했다. 이는 국가대표팀 경쟁력 약화로 이어졌다. 한국 남자 농구가 마지막으로 올림픽에 진출한 건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이다. 반면 어느새 한국을 추월한 일본은 지난해 파리올림픽에 진출하며 전 세계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한국의 인구 감소 문제를 고려하면 아시아쿼터제 도입은 선택이 아닌 필수일 수도 있다. 출생률 감소로 장기적으로 스포츠 인구 자체가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일정 수준의 경기력을 유지하고 리그를 지속 가능하게 운영하기 위해선 외국인 선수, 특히 아시아권 선수들의 유입이 불가피한 선택이다.

하지만 이런 변화가 국내 선수 육성을 포기하는 방향으로 흘러선 안 된다. 국내 선수들에게 충분한 성장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보완책이 필요하다. 리그의 흥행과 국제 경쟁력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는 어느 쪽도 놓쳐선 안 될 가치다.

김준엽 문화체육부장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