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보혁 기자의 ‘예며들다’] 하나님 편에 서 있는가

입력 2025-03-22 05:05
지난 15일 경북 구미역 앞에서 열린 세이브코리아 주최 국가비상기도회에서 참가자들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같은 날 서울 종로구 경복궁 동십자각에서 개최된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15차 범시민대행진’ 집회 모습. 연합뉴스

미국은 1861년 노예제도 문제로 남과 북으로 나뉜 이른바 남북전쟁을 겪었다. 당시 미국의 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이 속한 북군은 노예제를 지지한 남군의 전설적인 장군 로버트 리와의 전투에서 매번 패했다. 그러자 북군 참모들은 링컨에게 “하나님이 우리 편이 아닌가 봅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말을 들은 링컨은 “하나님께 ‘우리 편이 돼달라’고 기도하지 마시고, ‘우리가 하나님의 편에 서게 해달라’고 기도해 주십시오”라고 답했다고 한다.

개신교계에 널리 알려진 이 일화를 다시 소환한 이유는 지금 한국교회가 가장 새겨봐야 할 때라는 생각에서다. 현재 한국은 대통령의 탄핵 여부를 두고 점점 양극단으로만 치닫고 있다. 정치 공세가 더해진 이념 논쟁은 국민을 분열시켰다. 판을 치는 가짜뉴스는 국민을 편 갈라 씩씩거리며 서로를 향한 비방을 멈추지 않게 했다. 교회 역시 그런 국민을 달래고, 중재자로서 화해를 도모하기는커녕 오히려 앞장서서 분열을 부추기고 있는 듯하다. 한 원로목사는 이런 현실에 “이념을 신앙화했고, 정치를 우상화한 한국교회에 책임이 있다”고 일갈했다.

물론 그리스도인도 세속 정치의 한 쪽편을 지지할 수 있다. 그리스도인이라면 악해져만 가는 세상을 방관만 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나서 이 땅에 하나님의 나라가 오도록 필요한 제 역할을 해야 한다. 지금 거리의 그리스도인 대부분은 이런 생각에서 나섰을 테다. 이대로 가다가는 나라가 망할 것 같아서 혹은 지금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나중에는 돌이키기 힘들겠다는 위기의식에서 말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 과정에서 점점 성경적 가치 수호란 원뜻은 내팽개쳐지고 정치적 목적에 휘둘리고, 가짜뉴스에 눈이 가려진 채 폭력과 분쟁, 다툼과 반목, 정죄만 일삼게 된다는 점이다. 세상을 향해 필요한 목소리를 낸다곤 하나 관용과 사랑, 화해가 아닌 아집과 배척, 교만과 자기 의만 담겼다. 그리스도인은 하나님의 말씀에 따른 것이냐 아니냐로만 선과 악을 구분 지어야 하나 절대 선과 악으로 구분할 수 없는 정치 논리를 선과 악 이분법적으로만 바라본다.

또 의식이 깨어있다고 평가받는 어느 목회자들조차 지금은 기도할 때가 아니라 행동에 나서야 할 때라고 단언한다. 언뜻 지금 한가롭게 기도나 하고 있을 때냐는 책망으로 들린다. 하지만 생과 사를 가를 절체절명의 순간이 아닌 이상 기도하기보다 행동하기를 먼저 한다면, 그동안 내가 쌓아온 지식과 생각에 국한된, 자기 의에 가득 찬 행동 밖에는 나오지 않는다. 행동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기도가 먼저여야 한다. 조급한 마음으로 특정 사건에 분연히 일어나 반응하려는 내 안의 욕심과 자만, 교만을 비워내고 일단 먼저 하나님 뜻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주님이 우리에게 어떤 행동을 취하길 원하시는지 그의 뜻에 먼저 집중해야 한다. 그리스도인으로서의 품격과 영적 성숙함을 세상에 보여야 한다.

그리스도인에게 필요한 건 세상은 하나님의 통치 안에서, 그의 주권 안에서 돌아가고 있다는 믿음이다. 하나님은 이미 세상을 이기셨다. 하나님의 나라는 이 땅에 이미 왔고, 다시 올 것이란 믿음을 가져야 한다.

그런 점에서 미국 역사상 가장 존경받는 대통령이자 늘 기도하는 기도의 사람이라 불린 링컨이 전쟁 속에서도 하나님의 뜻을 먼저 구했던 모습은 오늘날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않고 모든 이가 수긍할 수 있을 만한 ‘하나님 뜻’을 끝까지 구하려 했던 링컨의 자세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하다. 진정 하나님께서 인도하시는 그리스도인의 행위는 결단코 남에게 불편함이나 반감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깨닫게 만들고 공감하게 되며 평온함과 사랑을 느끼게 될 뿐이다. 오늘 우리의 행동이 세상 사람들에게 평온함을 주는가.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