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낙동강 인근 주민들의 비강에서 조류독소가 검출됐다는 환경단체의 발표가 있었다. 공기 중 조류독소가 높게 검출됐다는 그동안의 환경단체 주장의 연장선에 있다. 다만 환경부가 지난 3년간 수행한 공기 중 조류독소 조사 결과와 차이가 있어 연구의 일부를 수행한 연구자로서 견해를 밝히고자 한다.
환경부는 2022년부터 녹조가 많은 수면 가까이에서 장시간 공기를 흡입 후 미세필터와 임핀저(공기 중 입자를 액체에 모으는 장치)를 사용해 모든 입자를 포집했다. 포집한 물질은 매우 정밀한 분석 장비인 액체 크로마토그래피-질량분석기로 분석했다. 결과는 모두 불검출이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어떤 이는 녹조 냄새가 심한데 공기에서 독소가 검출되지 않는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 냄새는 지오스민, 2-MIB 같은 물질 때문이고 조류독소는 물에 잘 녹는 성질이 있어 공기 중으로 날아가기 어렵다. 그래서 조류독소가 공기 중으로 퍼지려면 에어로졸(작은 물방울) 형태여야 한다. 수표면에서 에어로졸이 발생하는 주된 메커니즘은 기포가 형성되고 터질 때 미세한 물방울이 돼 공기 중으로 확산하는 것이다. 그래서 파도가 해안에 부딪쳐 기포가 형성되는 바닷가에서 에어로졸이 주로 형성된다. 또 강한 바람이 불 때 물보라 형태로 해양 에어로졸이 발생한다. 이렇듯 물이 에어로졸화하면 그 속의 독소나 남조류 입자도 포함돼 공기 중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규모가 작은 우리 하천에선 바다처럼 파도가 치고 많은 기포가 생기는 현상이 드물다. 더욱이 녹조가 많이 발생할 때 수면은 잔잔하고 바람이 없을 때가 많다. 이런 이유로 담수에서 에어로졸이 생성되기 어렵다. 실제로 조류독소 에어로졸을 직접 모니터링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적으며, 관리 기준의 필요성 논의도 미진하다. 관련 연구 중 액체 크로마토그래피-질량분석기를 적용해 조류독소가 검출된 사례는 대형 호수에서 최대 0.156ng(나노그램·10억분의 1g)으로 극미량 검출된 단 한 편이었다. 반면 다른 방법인 효소면역측정법(ELISA)으로 일부 검출된 사례가 있었으나 농도는 환경단체가 발표한 수치에는 못 미쳤다. 조심스럽지만 이런 경향에는 배경 간섭 오차, 위양성(독소가 없는데도 독소로 인식) 등 잘 알려진 효소면역측정법의 불확실성도 일부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종합하면 에어로졸의 발생 원리와 국내외 연구 결과를 고려할 때 공기 중 조류독소가 검출될 가능성은 있으나 우려할 수준은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정부는 국민 건강을 지키고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가장 보수적으로 접근해 공기 중 조류독소에 대한 조사와 연구도 지속할 계획이다. 그동안 환경부와 환경단체 조사 결과에 차이가 크고, 이로 인한 해당 지역 주민들의 불안감도 큰 만큼 환경부와 환경단체가 공동 조사를 실시해 명확한 사실관계가 조속히 규명되길 기대한다.
김경현 국립환경과학원 물환경연구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