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에 꽂히다

입력 2025-03-19 23:32
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 유선 이어폰을 쓰는 유명 연예인들이 화제가 되며 ‘유선 이어폰은 힙하다(멋지다)’는 열풍이 불었다. 국내 성인 10명 중 6명이 사용할 만큼 무선 이어폰이 흔해지면서 등장한 복고 유행의 일환이었다. 유선 이어폰은 충전이 필요 없다는 강력한 장점이 있지만 외부 소음 차단(노이즈 캔슬링)이나 기기 동시 접속(멀티 포인트 페어링) 등 무선 이어폰의 기술력을 따라오긴 어렵다.

유행을 떠나 생활 필수품으로 자리 잡은 무선 이어폰이 한 단계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블루투스 외에도 와이파이 음성 전송 기술을 결합한 신제품이 나왔고, 이어폰에 인공지능(AI) 어시스턴트(보조) 역할을 탑재하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샤오미는 퀄컴의 기술력을 활용해 와이파이로 음성을 전송하는 세계 최초의 무선 이어폰 버즈 5 프로(사진)를 지난 2일(현지시간) 공개했다. 와이파이를 사용하면 대역폭이 넓어 블루투스보다 음원 손실이 적고, 기기와 이어폰이 멀어져도 연결이 끊기거나 약해지지 않는다. 버즈 5 프로는 4.2Mbps 전송률로 96킬로헤르츠(㎑), 24비트 무손실 오디오를 전송한다. 와이파이 전송의 약점으로 제기됐던 전력 효율 문제 역시 해결했다. 와이파이 모델의 연속 사용 가능 시간은 블루투스보다 2시간 많은 10시간이다.

다만 퀄컴의 무선연결 기술 XPAN을 지원하는 기기만 사용이 가능하다는 점이 한계다. 현재는 샤오미 X15 시리즈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샤오미는 버즈 5 프로의 국내 전파 인증을 지난 1월 취득했지만 수요 불확실성을 이유로 아직은 국내 출시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초광대역폭(UWB) 기술을 2023년 말 특허로 등록한 사실이 지난 1월 알려지며 관심을 모았다. UWB 역시 넓은 주파수 대역폭을 가지고 있어 고품질 오디오를 무손실로 전송할 수 있고 고속 데이터 전송이 가능하다. 현재 사물인터넷(IoT) 기기나 프리미엄 휴대폰에 적용되고 있지만, 가격을 낮추는 것이 이어폰 탑재를 위한 과제로 꼽힌다.


정보기술(IT) 업체들은 무선 이어폰을 AI 디바이스로 활용할 방법 역시 모색하고 있다. 대표적인 기술이 음성을 실시간으로 번역해 이어폰으로 들려주는 통역 기능이다. 지난해 출시한 갤럭시 버즈3가 실시간 통화나 대화에서 번역된 음성을 들려주는 기능을 탑재했고 중국 업체들 역시 2만~3만원대 초저가 제품에 실시간 통역을 지원하고 있다. 완전 무선 이어폰(TWS) 시장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애플도 뒤늦게 해당 기능을 준비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은 하반기 에어팟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 통역 기능을 제공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메타, 애플 등 기업 들은 카메라를 탑재한 무선 이어폰 개발 가능성 역시 꾸준히 탐색하고 있다. 이어폰에 카메라를 장착하면 스마트 안경과 같은 별도의 액세서리를 갖추지 않아도 주변 환경과 사물을 실시간으로 인지해 AI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다만 업계 관계자는 “이어폰 무게 절감과 가격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카메라 탑재로 인한 무게 증가와 가격 부담을 어떻게 해소할지는 아직 뚜렷한 답이 없다”고 지적했다.

윤준식 기자 semip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