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암괴석·푸른 바다 어우러진 경남 거제… 봄바람이 보듬는 ‘상흔’

입력 2025-03-19 23:14 수정 2025-03-20 17:36
경남 거제시 계룡산에서 유명한 사진 포인트. 뒤쪽으로 거제면 일대가 펼쳐진다. 거제시는 우리나라에서 제주도 다음으로 큰 섬이다.

경남 거제시는 우리나라에서 제주도 다음으로 큰 섬이다. 섬과 해안의 기암괴석, 푸른 바다가 어우러진 풍경이 그림 같다. 6·25전생 당시 17만여명의 포로를 수용했던 포로수용소 등 구석구석에 유적지와 관광명소가 있다.

먼저 포로수용소 뒤 ‘거제의 진산’ 계룡산(鷄龍山·570m)으로 간다. 산의 정상부는 닭머리를, 산의 꼬리는 용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산 높이로는 거제 최고봉인 가라산(585m)보다 낮지만 웅장한 산세와 암릉미·조망미가 뛰어나다.

계룡산에서 내려다 본 미군 통신대 일대.

산행 코스는 여럿이지만 고산자치에서 출발하면 편하다. 초반에 다소 가파르지만 거제시내와 거제면 일대 전망이 눈을 시원하게 한다. 절반쯤 오르면 6·25전쟁 당시 미군들이 통신대로 쓰던 건물 잔해가 보인다. 지붕은 없고 건물 뼈대만 앙상하게 남아 있다.

거제시 고현동 일대에는 6·25전쟁 당시 포로수용소 유적이 즐비하다. 1950년 고현·수월·양정지구 1080만여㎡의 땅에 설치됐던 포로수용소에는 포로가 많을 때는 인민군 15만여 명, 중공군 2만여 명, 의용군과 여자포로 3000여 명이 수용됐다. 시설은 포로들이 머물렀던 막사와 포로를 심사했던 법무관실, 제빵공장 등이 있었다.

계룡산 정상은 일망무제다. 360도의 파노라마 조망을 선사한다. 북쪽으로 낙남정맥의 산들이 동쪽으로 겹겹이 달리고 서쪽으로 고성의 벽방산과 거류산이 눈에 들어온다. 남쪽으로 거제의 가라산이 보인다.

거대 돔이 인상적인 거제식물원.

서쪽에 거제식물원이 눈에 들어온다. 7500여 장의 유리로 덮여 있는 정글돔이 인상적이다. 야자·고무나무·열대화 등 300여 종 7000여 주의 열대식물과 바위산·동굴로 이뤄진 ‘암석원’과 높이 10m의 인공폭포 및 조명으로 연출한 ‘빛동굴’, 미디어로 만나는 정글동물 등 볼거리가 다양하다. 정글타워에서는 국내 최대 대형 미끄럼틀 4종과 중형 미끄럼틀 3종·실내 영상체험 4종을 체험할 수 있으며, 식물문화센터에서는 그림 화분 체험과 전통놀이를 할 수 있다.

‘1박 3식’으로 핫한 이수도.

요즘 거제에서 핫한 곳은 이수도다. 장목면 시방리에서 동쪽으로 약 600m 떨어진 섬은 하늘에서 바라본 모양이 학이나 오리가 나는 듯한 형상을 하고 있다. 이 섬의 인기는 ‘1박 3식’이다, 숙박과 함께 점심, 저녁, 다음 날 아침까지 세 끼의 식사를 제공하는 서비스로, 섬에 도착한 점심부터 시작된다. 당일 잡히는 자연산 회와 제철 해산물로 구성된 밥상이 제공된다. 지난해 마을 주민의 수천 배에 달하는 13만명이 찾았다. 이수도에는 약 3㎞ 길이의 둘레길이 조성돼 있어 산책하기에도 좋다. 소나무 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물새전망대 이물섬전망대 해돋이전망대 등 다양한 전망대를 만날 수 있다.

태풍 ‘매미’로 인해 피해를 본 농부가 만든 매미성.

인근에 유명한 곳은 매미성이다. 2003년 태풍 ‘매미’로 인해 피해를 본 농부가 더는 파도로부터 땅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직접 쌓아 올린 방파제다. 화강암으로 단을 만들고, 중세풍 기둥을 세우고, 꽃과 나무까지 심어 조경을 더하면서 현재의 독특한 성곽 형태가 탄생했다. 마치 유럽의 작은 섬에 지어진 고성(古城)처럼 보인다. 돌벽 사이 사각 프레임을 통해 보는 바다가 인상적이다. 지난해 100만 명이 다녀갔다. 최근 경관조명이 더해져 일몰부터 밤늦게까지 야간에도 불을 훤히 밝힌다.

매미성 뒤에 있는 큰 산은 진달래로 유명한 대금산이다. 쇠를 생산한 곳이라 ‘대금(大金)’으로 불렸다가 ‘대금(大錦)’이 됐다. ‘비단을 두른 산’은 봄철 꽃물결이 장관이다. 전남 여수 영취산, 경남 마산 무학산과 함께 국내 3대 진달래 군락지로 꼽힌다. 대금산 자락 7∼8부 능선 부근 바위 사이에 피어오른 분홍빛 진달래 꽃무리와 산허리에 하늘거리는 억새, 산을 배경으로 짙고 푸른 남쪽바다가 대비를 이뤄 아름다운 풍경을 자아낸다. 면적만 약 10만㎡에 달한다.

여행메모
승용차로 오르는 고산자치에서 2㎞
모노레일은 중단…멍게 비빔밥 별미

경남 거제 계룡산에 쉽게 오를 수 있는 고자산치까지는 승용차로도 갈 수 있다. 모노레일은 최근 사고로 운행 중단 상태다.

거제 연안에서 바다의 우유로 불리는 굴이 많이 생산된다. 성장발육과 학습능력 향상에 효과가 크고 소화흡수가 잘되는 타우린, 아연 등의 성분이 많아 어린이들에게 최고 영양식이다. 고혈압, 뇌졸중, 당뇨, 관절염, 골다공증 등 성인병 예방에도 좋다. 겨울 거제에서 잡은 대구로 요리하는 대구탕은 시원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거제 지역 별미 음식 가운데 하나는 멍게 비빔밥이다. 멍게를 양념과 버무려 저온에서 숙성시킨 뒤 참기름·깨소금·김가루 등을 넣고 밥과 함께 비빈다. 비빔밥과 함께 내놓는 싱싱한 생선으로 끓인 담백한 국 맛도 으뜸이다. 멍게에는 항균·항암과 체력보강, 식욕증진, 노화방지, 숙취해소를 비롯해 감기·기침을 멎게 하는 데 효과가 있다.





거제=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