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전공의·의대생의 투쟁 방식이 “정의롭지 않다”고 비판한 서울대 의대 교수 4인의 성명이 의료계 내부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강력한 대정부 투쟁을 주장하는 의사들은 ‘소수 의견’으로 일축하며 내부 갈등 조장 행위라고 맹비난하고 있지만, 의료계 안팎에서는 ‘용기 있는 목소리’라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병원과 학교로 복귀하려는 전공의·의대생의 자율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는 성명 취지에 공감을 표하는 반응이 적지 않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18일 입장문을 통해 “(서울대 의대 교수들은) 사회적 공감을 얻지 못하는 막연한 투쟁, 복귀를 가로막는 일련의 행동 등을 지적했다”며 “제자를 위해 참스승의 면모를 보였다는 점에서 환영하고 응원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환자를 버린 행위까지 감싸주는 의사 카르텔 문제를 수면 위로 올렸고 비판했다”며 “우리는 희망을 봤다”고도 했다.
의대생들은 표면적으로 별다른 행동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여러 고민과 심적 갈등이 혼재한 상황으로 보인다. 서울 지역 의대생 A씨는 “강경파에 짓눌려 건설적인 투쟁을 위한 논의조차 막혀 있다. 의대 교육을 스스로 자멸시키고 있는 데도 반대 목소리를 내는 창구가 여의치 않았다”고 말했다.
A씨는 이번 학기에 학교로 돌아갈 계획이다. 그는 “상황상 휴학 승인은 어렵다 보니 이후 처분은 유급이나 제적 외에는 없는 것으로 안다. 힘들게 의대에 들어온 만큼 주변 의대생 모두 학교로 돌아가야 할지 고민이 많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투쟁을 왜 시작했고, 그 과정이 민주적이었는지 고민했다”며 “국민이 의료계를 보는 시선이 어떤지, 우리에게도 책임질 부분이 있진 않은지, 환자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반추해보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교수 4인의 성명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에서도 주목받았다. “아직 사회의 어른이 남아있어 다행”이라거나 “어렵게 용기 냈는데 이들이 배척당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등의 반응이 나왔다. 성명에 참여한 강희경 교수의 페이스북에는 성명을 올린 게시물에 300개 넘는 댓글이 달리며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의료계 ‘블랙리스트’ 등 집단 괴롭힘 행태에 대한 논리적 반박은 거의 없었다. ‘응급처치나 정맥주사 잡기 등 술기를 응급구조사나 간호사에게 배운다’는 특정 대목에 대해 비판하는 글이 다수였다.
성명에 참여한 오주환 교수는 이날 서울대 의대·병원 임상의료정책연구회가 시민단체와 구성한 ‘더 나은 의료시스템을 함께 만들어가는 의료소비자-공급자 공동행동’ 주최 토론회에 참석했다. 오 교수는 이 자리에서 성명을 언급하며 “(의사 결정이) 자유롭지 못한 순간, 투쟁의 가치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자 했다”며 “타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이들에게 전하려 했지, 지금 떠나있는 전공의들이 부당하다고 말한 바 없다”고 강조했다.
세종=박상은 기자, 이정헌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