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막바지에 돌연 부동산 관련 정책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탄핵심판 결과에 따라 치러질 수 있는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대선의 핵심 승부처인 ‘부동산 민심’을 선점하기 위한 샅바 싸움에 돌입했다는 평가다.
국민의힘은 18일 지방에 있는 주택을 추가 구매할 경우 다주택자에게 적용되는 양도소득세 등 세금 중과세를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수도권으로 쏠리는 부동산 수요를 지방으로 돌리자는 취지다. 다주택자 규제 완화와 부동산 감세를 통해 중산층 표심을 잡겠다는 의중이 담겼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공공임대주택 확대와 전월세신고제, 착한 임대인 인센티브 확대 등 주거 복지에 무게를 둔 부동산 정책을 대선 공약으로 내겠다고 맞불을 놨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서울과 지방 간 부동산 양극화를 해소하는 것이 시급하다. 지방에 추가적인 주택을 구입할 경우 다주택자 중과세를 폐지하겠다”고 말했다. 이미 정부가 시행령 개정을 통해 다주택자에 대해 양도세 중과세를 유예하고 있지만 비수도권 지방 주택에 한해 추가 매입을 하더라도 다주택자 기준 취득세, 양도세, 종합부동산세를 적용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최근 서울시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제 해제 여파로 서울 집값이 들썩이는 상황에서 ‘서울의 똘똘한 한 채’로 집중되는 수요를 지방으로 분산해 지방 부동산 경기를 살리겠다는 것이다.
여권의 부동산 세제개편 제안은 0.73% 포인트 차이로 승부가 갈렸던 지난 대선의 복기 성격도 있다. 부동산 정책 실기에 대한 민주당 심판론을 부각해 관련 민심을 환기하려는 의도가 읽힌다. 이양수 사무총장은 최근 민주당이 제안했다가 닷새 만에 철회한 ‘전세계약 10년 보장’ 정책을 언급하면서 “문재인정부 정책 실패에서 아무런 교훈을 못 얻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당 민생연석회의가 제안했던 ‘전세계약 10년 보장 의무화 정책’을 뒤로 빼는 대신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앞선 전세계약 10년 보장 의무화 의제에 대해 “10년 동안 임대료를 올리지 못한다는 우려 때문에 신규 계약에서 한꺼번에 전셋값이 폭등할 우려가 있다”며 추진하지 않겠다는 기조를 재확인했다.
다만 진 의장은 “현재 공공임대주택 비율이 8%에 불과한데, 임대시장을 안정화하고 주택시장의 매매가를 통제하려면 비율이 20%는 돼야 한다”며 “공공임대주택 확대를 지속 추진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정책 최우선순위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진 의장은 또 전월세신고제 확대와 임대료를 올리지 않고 세입자와 재계약하는 ‘착한 임대인’에 대한 인센티브 확대 등도 대선 때 공약으로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정부 시절 세입자 주거 안정에 초점을 맞춰 추진됐던 정책을 강화해 무주택자 표심을 집중 공략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셈이다.
이종선 김판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