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특위 ‘합의 처리’ 문구 놓고 대치… 모수개혁 다시 암초

입력 2025-03-19 02:12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우원식 국회의장,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부터)가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우 의장 주재로 열린 여야 회동에서 기념촬영을 마치고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이병주 기자

여야가 18년 만에 연금개혁의 한 축인 모수개혁 합의점에 도달하고도 좀처럼 합의문에 도장을 찍지 못하고 있다. 연금개혁의 다른 한 축인 구조개혁을 논의할 국회 연금특위 구성 때 ‘여야 합의 처리’라는 문구를 넣느냐 마느냐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어서다.

국민의힘은 문구를 빼자는 더불어민주당 요구가 ‘일방 처리’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의심한다. 민주당은 문구를 넣자는 여당의 ‘저의’에 재의요구권(거부권) 활용 의도가 담겼다고 본다. 여야의 상호 불신이 가시지 않으면서 어렵사리 접점을 찾은 모수개혁의 3월 회기 내 처리도 불투명해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8일 우원식 국회의장 주재로 국회에서 회동하고 연금개혁 방안을 논의했다. 회동에서는 보험료율(내는 돈)을 13%로, 소득대체율(받는 돈)을 43%로 각각 인상하는 ‘더 내고 더 받는’ 모수개혁안의 큰 틀 합의를 재확인했다. 그러나 국회 연금특위 구성 관련 세부 조율에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모수개혁 논의마저 매듭을 짓지 못했다.

국민의힘은 모수개혁 처리는 자동조정장치를 포함한 구조개혁을 논의할 연금특위 구성이 전제돼야 하고, 연금특위 구성안에는 ‘여야 합의 처리’ 문구가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국회 특위는 전통적으로 여야 합의 처리가 원칙이었다”며 “민주당이 이번에 유독 ‘합의 처리’ 문구를 빼자는 것은 일방 처리를 하겠다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반면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합의 처리 문구에 집착하는 배경에 다른 정략적 목적이 있다고 의심한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그동안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가 국회가 처리한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던 가장 큰 논리가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었다”며 “앞으로도 헌법상 다수결 원칙을 뛰어넘어 여야 합의를 재의요구권 행사 명분으로 활용하려는 저의가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민주당은 모수개혁 단독 처리 가능성도 시사했다. 진 의장은 “이런 상황이라면 비상한 결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여야 합의안을 기초로 민주당이 단독 처리하는 것을 적극 검토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당초 여야가 극적으로 모수개혁 합의점을 찾으면서 20일 본회의 처리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막판 암초를 만나며 물리적 시간이 부족해졌다. 27일 본회의가 한 차례 더 예정돼 있지만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라는 변수가 있어 합의 처리를 장담하기 어렵다. 여야의 문구 대치가 연금개혁 ‘골든타임’을 허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여야 원내대표는 정부에 이달 중으로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편성해 국회에 제출할 것을 요청하기로 했다. 박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3월 중에는 여야가 협상할 수 있도록 정부에 추경안 편성을 요청한다는 데 합의했다”고 말했다.

정현수 김판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