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18일에도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기일을 지정하지 않자 야당은 직접 헌재를 압박하고 나섰다. 여권에서 “선고 지연은 이상징후”라는 해석과 함께 탄핵 기각·각하가 공공연히 거론되자 더불어민주당의 긴장감은 더욱 고조되는 모양새다.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2심 선고일(오는 26일)보다 탄핵심판 결론이 늦게 나오는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헌재를 겁박하지 마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페이스북 글에서 “헌재 선고가 납득할 만한 이유 없이 지연되며 많은 국민들이 잠들지 못하고 계시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 탄핵심판 변론까지 시작하면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늦추고 있는 것을 어느 국민이 납득할지 의문”이라고 헌재를 직격했다. 이 대표는 특히 “신속한 (윤 대통령) 파면 선고를 요청드린다”며 ‘파면’을 직접적으로 꺼냈다.
이 대표는 이날 광주 5·18민주묘지를 찾아서도 “어려운 점이 많이 있겠지만, 헌법 수호의 대한민국 최고 기관으로서 헌재가 이 혼란을 최대한 신속하게 종결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더 이상 국민들이 민주공화국 가치와 질서를 지키기 위해 길거리에서 굶고 죽어가고 추위에 떠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전두환은 죽었지만 그 패악과 피해는 여전히 남아 있다. 책임을 엄히 묻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신속하고 엄정하게 친위 군사쿠데타 책임을 묻는 데 민주당도 죽을 힘을 다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표는 이후 윤 대통령 파면 촉구 1인 시위 도중 숨진 광주시당 당원 신모씨를 조문하고, 단식농성 중인 민주당 소속 시·구의원들을 격려했다. 저녁에는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도심 집회에도 참석했다.
민주당 지도부도 앞다퉈 선고를 재촉했다. 김용민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탄핵심판) 최후변론이 있은 지 벌써 3주째인데, (헌재가) 숙고의 시간을 넘어 지연의 시간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는 신속한 선고 기일 지정 신청, (헌재) 사무처장의 국회 출석 요구 등 다양한 방식들을 강구해 보겠다”고 경고장을 날렸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헌재가 윤 대통령 사건을 최우선 심리하겠다고 밝히고도 여러 정치적 고려로 선고를 지연하고 있다는 의구심도 표하고 있다.
민주당은 또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에게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거듭 촉구하면서 19일을 ‘데드라인’으로 제시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참을 만큼 참았고, 기다릴 만큼 기다렸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요구가 수용되지 않으면 최 권한대행을 직무유기로 고발하거나 탄핵소추에 나서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에 서지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헌재의 늦어지는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에 민주당이 매우 초조한가보다”라며 “이제 대놓고 헌재엔 (탄핵심판) ‘인용’을, 정부엔 (마 후보자) ‘임명’을 겁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장군 송경모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