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사대리 “민감국가, 큰 문제 아니다”… 정부는 그래도 총력대응

입력 2025-03-18 18:51 수정 2025-03-19 09:29
조셉 윤 주한 미국대사대리가 18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초청 특별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그는 "민감국가 리스트는 에너지부의 실험실에만 국한된 것"이라며 큰일이 아니라고 진화했다. 연합뉴스

조셉 윤 주한 미국대사대리가 미 에너지부(DOE)의 한국 민감국가 리스트 지정에 대해 “민감한 정보를 잘못 다룬 탓”이라며 “큰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정부는 다음 달 15일 민감국가 지정 발효 전까지 총력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윤 대사대리는 18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초청 특별간담회에서 민감국가 지정과 관련해 “큰 문제인 것처럼 상황이 통제 불능으로 된 것이 유감”이라며 “큰일(big deal)이 아니다”고 밝혔다.

그는 “에너지부 산하에 반출이 금지된 품목을 다루는 연구소가 있는데 이곳에 지난해에만 2000명 이상 한국 학생, 연구원, 공무원이 방문했다”며 “한국에서 온 방문객이 너무 많다 보니 어떤 사건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이 명단에 오른 건 일부 민감 정보에 대한 취급을 부주의하게 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국 방문객이 반출 금지품목을 외부로 유출하는 사고가 발생했었다는 의미로 추정된다. 윤 대사대리는 다만 사건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윤 대사대리는 또 “민감국가 리스트는 오로지 에너지부의 연구소에만 국한됐다”며 “이번 조치는 한국 정부의 정책 문제가 아니기에 인공지능(AI)이나 생명공학 협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잘못된 얘기”라고 강조했다.

정부도 민감국가 지정이 에너지부 산하 연구소의 보안 관련 문제라고 거듭 설명했다. 이재웅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이번 사안은 보안 관련 이유”라며 “미국 측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아이다호 국립연구소(INL) 도급업체 직원이 원자로 설계 소프트웨어를 한국으로 반출하려고 시도한 사건은 민감국가 지정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당국과 우리 정부의 진화에도 민감국가 지정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외교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계부처 간 ‘책임 떠넘기기’가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가 1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를 주재하며 안경을 만지고 있다. 최 권한대행은 미국의 민감국가 지정 해제에 총력을 기울이라고 관계부처에 지시했다. 김지훈 기자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는 이날 오후 외교부, 산업부 등 관계부처 차관급을 소집해 대응 방안을 보고받고, 에너지부의 민감국가 명단에서 한국을 제외하기 위한 범부처 차원의 대응에 나설 것을 지시했다. 최 권한대행은 국내 연구기관에 보안 준수를 요청하고, 과거 유사 사례를 검토한 뒤 정부 차원의 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등의 대응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이르면 19일 출국해 20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 등과 만나 관련 논의를 할 예정이다. 당초 방미 의제는 양국 간 에너지·원전 협력 방안이었으나, 다음 달 15일 민감국가 지정 발효가 예정된 만큼 해당 사안이 최우선 의제로 오를 전망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미국 에너지부와 회담 준비를 위한 화상 실무협의를 가동해 (민감국가 지정) 재발 방지책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준상 박민지기자,세종=김혜지 기자 junwit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