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공습 재개로 가자지구 휴전 파국 위기

입력 2025-03-18 18:38 수정 2025-03-18 23:56
예멘 수도 사나에서 17일(현지시간) 미군의 후티 반군 공습에 항의하는 집회가 열린 가운데 참가자들이 일제히 소총을 들어 올리고 있다. 미군은 지난 15일부터 예멘 내 후티 거점을 공습했다. AFP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휴전 연장 협상이 지연되는 가운데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이 대대적인 공습에 나서 1000명 가까운 사상자가 발생했다. 가자지구 상황이 휴전 발효 2개월 만에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18일(현지시간) 새벽 가자지구 전역을 공습했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하마스를 겨냥해 강력한 조치에 나서도록 지시했다”며 “하마스가 인질 석방을 거부하고 휴전 협상과 관련한 우리의 제안을 모두 거부해 공격을 명령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카츠 국방장관은 “가자지구에서 (군은) 전투로 복귀했다”며 “인질들이 귀환하고 전쟁 목적이 달성될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미국도 이번 공습에 동의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백악관은 가자지구 공격에 관해 이스라엘과 협의했다”고 말했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번 공습으로 최소 404명이 사망하고 562명 이상이 다친 것으로 집계했다. 카타르 알자지라방송은 “사망자 중 다수는 여성과 어린이”라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의 이번 공습은 가자지구에서 휴전이 발효된 지난 1월 19일 이후 최대 규모의 군사행동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평가했다. 하마스는 성명에서 “네타냐후와 극단주의 정부가 휴전 협상을 의도적으로 깨뜨렸다”고 비난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이달 1일 휴전 1단계가 만료된 뒤 휴전 연장을 놓고 최근까지 협상을 이어갔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이스라엘은 휴전 1단계를 50일 연장하고 남은 인질의 절반을 돌려받은 뒤 영구 종전이 합의되면 나머지 인질을 송환받는 방안을 제시했다. 반면 하마스는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완전히 철수하면 인질 전원을 석방하는 것을 골자로 한 휴전 2단계로 넘어가자고 주장했다.

CNN은 “이번 공습은 양측의 휴전 연장 협상이 무산됐다는 분명한 신호”라고 전했다. 이스라엘 지상군이 휴전 1단계 합의에 따라 철수했던 가자지구 중부 거점 넷자림 회랑으로 다시 진군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휴전 발효 이후 넷자림 회랑에 상주하며 양측의 합의 이행 여부를 감시해온 미국 민간 보안업체 인력들이 이날 철수를 시작했다고 이스라엘 매체 하레츠가 보도했다.

가자지구에서 전운이 짙어지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예멘의 친이란 후티 반군이 미군에 반격할 경우 후티의 뒷배인 이란에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이날 트루스소셜에서 “앞으로 후티의 모든 (미사일) 발사는 이란 지도부에 의해 발사된 것으로 간주할 것”이라며 “이란은 심각한 후과를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군은 지난 15일부터 후티에 대한 공습에 나섰다. 미 국방부 션 파넬 대변인은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압도적인 무력을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