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폭탄’에 한동안 진정세를 보이던 글로벌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현상이 다시 들썩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관세 부과가 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며 소비 심리를 위축시키고, 결국 경기침체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유발할 것이란 우려도 확산하고 있다. 트럼프발(發)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와 경기침체가 동시 발생)이 현실화할 경우 한국 경제의 성장률 하락세를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1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전일 발표한 ‘2025년 중간 세계경제전망’에서 주요 20개국(G20)의 올해 물가 상승률을 3.8%로 전망했다. 지난해 12월 전망치(3.5%)보다 0.3% 포인트 높여 잡았다. 관세 전쟁을 시작한 미국(2.1→2.8%)을 비롯해 미국의 주요 교역국인 캐나다(2.0→3.1%)와 멕시코(3.3→4.4%), 일본(1.9→3.2%), 한국(1.8→1.9%) 등의 물가상승 전망치도 줄줄이 높였다. OECD는 “인플레이션으로 통화정책 제약 및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등의 리스크가 예상된다”며 “(각국 정부는) 교역 비용 상승 우려를 감안해 물가 상승이 억제되도록 주의 깊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트럼프발 관세 폭탄에 당사자인 미국부터 물가와 소비심리가 동시에 흔들리고 있다. 미 미시간대는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소비자심리지수가 이달 기준 57.9로 2022년 11월 이후 2년 4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고 발표했다. 반면 향후 1년간 물가 상승 전망을 나타내는 ‘기대 인플레이션’은 4.9%로 전월 대비 0.6% 포인트 상승했다. 1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지난해 12월 2.8%에 이어 올해 1월 3.3%, 2월 4.3% 등 석 달 연속 급등세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현상은 고환율 및 수입물가 상승과 맞물려 국내 물가 인상 요인으로 이어진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물가는 143.95(2020=100)으로 전월(145.08) 대비 0.8% 떨어졌지만, 1년 전과 비교해 4.6% 오르며 넉 달째 오름세를 이어갔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이날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국내파급효과와 경기안정화 정책 분석’ 보고서에서 글로벌 생산자물가지수가 1% 포인트 상승할 경우 국내 소비자물가지수도 단기적(3개월 이내)으로 0.23% 포인트, 장기적(2년 누적)으로 0.32% 포인트 상승한다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생계 비용의 지속적 상승이 민간 소비의 추세적 위축을 야기할 경우 잠재성장률 하락이 우려된다”고 짚었다.
정부는 최근 과열된 부동산 시장에 대응하는 동시에 물가 관리에도 나선다는 방침이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비교적 안정적으로 관리되던 물가와 부동산 시장에 대한 국민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모든 국무위원은 경각심을 갖고 물가와 부동산 안정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주문했다.
세종=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