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대응 손 놓으면 금융권 2100년까지 45조 손실

입력 2025-03-19 00:22
1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별관에서 열린 ‘한국은행-금융감독원 공동 기후금융 콘퍼런스’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자료를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기후 변화 대응에 손을 놓을 경우 2100년까지 국내 은행 및 보험사의 누적 손실이 45조7000억원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이는 기후 변화에 따른 산업 및 환경 피해가 금융권으로 전이되는 것을 가정한 결과다.

한국은행은 18일 금융감독원과 ‘기후금융 컨퍼런스’를 열고 ‘은행·보험사에 대한 하향식 기후변화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를 발표했다. 한은은 금감원·기상청과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개발해 14개 금융기관(7개 은행, 4개 생명보험사, 3개 손해보험사)이 입을 수 있는 피해를 추산했다.

분석 결과 기후 위기에 아무 대응을 하지 않으면 올해부터 2100년까지 전체 금융권의 예상 누적 손실은 45조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반면 기후 위기에 대응해 2050년에 탄소중립 정책을 달성하는 ‘1.5도 대응’에서는 누적 손실이 26조9000억원으로 가장 적었다. 이 밖에 2050년 탄소 배출을 현재보다 80% 수준까지 낮추는 ‘2도 대응’ 때 예상 손실은 27조3000억원이었다. 2030년까지 대응하지 않다가 뒤늦게 탄소중립 정책을 추진하는 ‘지연 대응’ 때 손실은 39조9000억원으로 늘었다.

금융권 손실은 기후 변화에 따른 산업 피해가 영향을 미치면서 나타난다. 기후 변화에 영향을 크게 받는 산업에 대한 대출금 회수가 어려워지거나 금융사가 보유 중인 채권·주식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다. 손보사는 자연재해에 따른 보험 손실이 증가할 수 있다.

은행의 경우 무대응 시나리오에서 신용 손실로 피해가 커지면 2100년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10%까지 떨어져 규제비율(11.5%)을 밑돌게 될 것으로 예측됐다. 생보사와 손보사는 모든 시나리오상에서 지급여력비율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으나 규제비율(100%)은 웃돌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이번 분석에선 기후 위기 대응이 단기적으로 금융권의 건전성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도움이 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일례로 은행의 경우 1.5도 대응 시 자동차·철강 등 탄소집약적 산업이 일시적으로 위축되면서 2050년 자기자본비율(BIS)이 8.0%까지 하락할 수 있는 것으로 나왔다. 다만 이후 손실 규모가 축소되면서 2100년에는 11.5%까지 회복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환영사에서 “금융기관은 기후변화로 인한 물리적 리스크에 대해서는 ‘위험 관리자’로서, 전환 리스크에 대해서는 녹색 전환을 위한 자금을 공급하는 ‘위험 수용자’로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구정하 기자 g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