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자릿수 임금 인상 방산·조선 vs 희망퇴직 철강·화학

입력 2025-03-19 02:01

국내 주요 제조업체 직원들 표정이 업종별로 극명히 갈리고 있다. 역대급 실적을 쓴 방산·조선 분야는 성과급 규모가 늘어난 데 이어 올해도 분위기가 밝은 만큼 두 자릿수 임금 인상 요구가 심심찮게 나오는 분위기다. 반면 중국 공세에 이어 관세 직격탄을 맞은 철강과 석유화학업계는 고용이 유지되는 것도 벅찬 처지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최근 전 직원에게 기본급 710%와 일시금 500만원의 성과급을 지급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액 11조2462억원, 영업이익 1조7247억원을 기록하며 국내 방산 업체 중 처음으로 매출액 10조원, 영업이익 1조원을 넘겼다.

또 다른 방산업체 현대로템은 지난해 10월 노사의 임금 및 단체협약에 따라 기본급의 500%와 일시금 1800만원의 성과급을 지급했다. 이는 업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으로 알려졌다. 마찬가지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LIG넥스원은 노사 합의에 따라 지난해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으로 지급했다.

초호황기를 맞은 조선업도 모처럼 곳간을 활짝 열었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해 성과급 규모를 기본급의 377%로 확정했다. 2023년 251%에서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한 한화오션도 8년 만에 성과급이 지급된다. 성과급 규모는 기본급의 200%를 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두 업종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호황을 누릴 공산이 큰 만큼 임금 인상 요구 수준이 작년보다 높아질 전망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노조는 올해 임금 인상 요구안으로 10.6%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타결금과 생산성향상 장려금(각 1500만원)을 포함하면 전체 요구 임금 인상 규모는 3000만원 이상이다. LIG넥스원 내부에선 경쟁사의 성과급이 자사보다 높았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면서 큰 폭의 임금 인상 요구가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조선업체들도 두 자릿수 인상률을 요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업계 슈퍼사이클(초호황기)이 이어지면서 최근 몇 년간 임금 인상 폭이 컸다”며 “올해도 두 자릿수 인상 요구는 당연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반면 철강업계와 석화업계는 중국산 저가 공세에 더해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관세 전쟁까지 덮치면서 구조조정이 본격화했다. 현대제철은 지난달 자회사 현대IMC의 희망퇴직을 접수한 데 이어 포항공장 기술직에 대해서도 희망퇴직을 실시하기로 했다. 포스코그룹은 지난해부터 저수익 사업과 비핵심 자산에 대해 구조 개편을 진행하고 있다.

한동안 성과급 상위권을 차지하던 정유·석유화학 업체들도 비슷한 처지다. 에쓰오일은 임직원에게 기본급의 25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이는 전년도 800% 대비 550%포인트 감소한 수치다. GS칼텍스는 연봉의 12.5%를 성과급으로 지급했다. 이 역시 2023년(50%)과 지난해(40%) 대비 축소됐다. 중국발 공급 과잉 여파로 적자를 낸 LG화학 석유화학 부문은 지난해 첨단소재사업본부 생산기술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