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백화점을 대표하는 롯데와 신세계가 서울 명동에서 ‘쇼핑 타운 맞대결’을 벌인다. 차별화된 오프라인 경쟁력과 식음료(F&B), K콘텐츠를 아우르는 새 단장을 통해 쇼핑·관광·문화 중심지인 명동 상권의 주도권을 차지하겠다는 포부다.
롯데백화점은 서울 중구 본점 영플라자가 오는 31일 영업을 종료하고 다음달부터 전면 개보수 공사에 돌입한다고 18일 밝혔다. 2002년 미도파백화점을 인수해 오픈한 이후 23년 만이다.
롯데백화점은 명동을 바라보는 영플라자의 지리적 장점을 살리면서 본점 본관, 에비뉴엘관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한다. 명동 상권 특성에 맞춰 글로벌 젠지(Gen-Z·1997∼2006년생) 고객 발길을 이끌 패션·F&B·아트 등을 총망라한 K콘텐츠 전문관을 조성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롯데백화점은 강북 상권을 대표하는 롯데타운 완성을 위해 본점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본점 본관은 2019년 프리미엄 리빙관(8F)을 조성한 데 이어 2021년부터 대대적인 리뉴얼을 시작해 남성 해외패션관, 여성패션관, 식품관, 뷰티관, 스포츠·레저관, 키즈관을 차례로 오픈했다. 지하 1층에 리뉴얼한 뷰티관은 국내 백화점 최고 규모다.
하반기에는 신진 디자이너 중심의 K패션 전문관 ‘키네틱 그라운드(9F)’를 선보일 예정이다. 본점 에비뉴엘관 역시 리뉴얼을 준비 중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리뉴얼이 완료되는 2027년 말 ‘롯데타운 명동’이 강북 상권 최고의 쇼핑·관광·문화 지역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의 타운화는 정유경 신세계 회장이 추진하는 ‘명동 본점 타운화’ 전략의 맞불 성격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신세계 본점은 매출 규모 면에서 강남점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해 그룹 내 입지가 약해졌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에 지난해 승진한 정 회장이 올해 신세계 본점의 본관과 신관, 옛 SC제일은행 본점을 연결해 대형 쇼핑단지를 조성하는 것을 역점 사업으로 이끌고 있다.
신관 리뉴얼 공간은 명품과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를 강화해 지난 14일 문을 열었다. 개편에 포함된 영업 면적은 총 8264㎡(약 2500평)로 2013년 본점 개장 이래 최대 규모 개편이다. 올해 본관을 명품·잡화 중심의 ‘더 리저브’, 신관을 패션·식음료 중심의 ‘디 에스테이트’로 개편한다. 또 옛 SC제일은행 본점 건물을 럭셔리 부티크 전문관 ‘더 헤리티지’로 꾸며 다음 달 초 오픈한다. 더 리저브에는 에르메스와 루이비통이 각각 국내 최대 규모 매장을 새롭게 열고 더 헤리티지에는 샤넬 매장이 들어선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이 몰려 상권이 살아나고 있는 명동에서 롯데와 신세계가 전통의 강자 타이틀을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양사의 타운화 전략 성패에 따라 백화점 업계 선두 자리가 바뀔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