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가 야당이 단독으로 처리한 방송통신위원회법 개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윤석열정부 출범 후 40번째, 최 권한대행 체제에서는 9번째로 나온 거부권 행사다.
최 권한대행은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방통위법 개정안은 그 내용상 위헌성이 상당하고 합의제 중앙행정기관으로서 방통위의 안정적 기능 수행을 어렵게 할 우려가 크기 때문에 국회에 재의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해당 개정안은 방통위 전체회의를 열기 위해서는 방통위원이 최소 3명 있어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2023년 8월 이래 방통위는 줄곧 2인 체제 상태다. 현행 방통위법은 방통위원 5명(대통령 몫 2인, 국회 추천 몫 3인)을 두도록 돼 있지만 국회 몫 추천이 이뤄지지 않아 19개월째 위원 2인 체제가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야권은 2인 체제에서의 심의·의결은 위법하다는 이유로 이 개정안을 처리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야당이 국회 몫을 추천하지 않고 있으면서 의사정족수를 3인 이상으로 바꾸겠다는 건 방송통신위 업무를 마비시키려는 의도라고 반발해 왔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2인 체제를 문제 삼아 이진숙 방통위원장을 취임 이틀 만에 탄핵소추 했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지난 1월 “방통위법에 의사정족수 명문 규정을 두지 않아 법적 문제가 없다”며 이를 기각한 바 있다.
최 권한대행은 “개정안과 같이 요건을 엄격하게 적용하면 국회의 위원 추천 없이는 회의를 개회조차 할 수 없게 돼 방통위의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이 국회 추천 방통위원 임명을 보류하더라도 30일이 지나면 자동 임명되도록 한다는 조문도 지적했다. 최 권한대행은 “대통령의 임명권을 실질적으로 침해해 권력분립 원칙에 반할 소지가 있다”며 “위헌성이 상당하고 합의제 중앙행정기관으로서 방통위의 안정적 기능 수행을 어렵게 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이에 맞춰 국민의힘은 여당 추천 몫인 방통위원 1명에 대한 공개 모집 절차에 돌입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야당에 줄기차게 방통위원 추천을 요구해 왔지만 두 달이 지나도록 아무 응답 없이 방통위 2인 체제가 위법이라는 얘기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종군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벌써 아홉 번째 거부권 행사로, 대통령 권한대행의 거부권 남용 기록을 또다시 경신한 것이다. 내란수괴 윤석열의 거부권 남용 못지않은 헌정사의 오점”이라고 주장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