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폰 앞서가는 삼성전자… 4분기는 주춤

입력 2025-03-19 00:20

삼성전자가 애플의 인공지능(AI) 도입이 주춤한 틈을 타 갤럭시 AI폰 생태계 확장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다음달 S25 시리즈 이전 모델에도 최신 AI 기능을 탑재하는 업데이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애플이 AI 기능 출시를 연기한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삼성전자가 AI 전략에 속도를 내는 것에 비해 시장 점유율은 흔들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다음달 7일부터 갤럭시 주요 모델을 대상으로 통합형 AI 플랫폼 ‘One UI 7’ 업데이트를 실시한다고 18일 밝혔다. 갤럭시 S24 시리즈, S24 FE(보급형), Z폴드·플립6, S23 시리즈, S23 FE, 폴드·플립5와 갤럭시 탭 S10, S9 시리즈에 글쓰기 및 그리기 어시스트 등 AI 기능이 지원된다.

글쓰기 어시스트는 AI가 텍스트 요약과 번역, 맞춤법 및 문법 검사, 글쓰기 스타일 조정 등을 돕는 기술이다. 그리기 어시스트는 간단한 스케치만으로 고품질 이미지를 생성하는 기능이다. 일부 모델에는 촬영한 영상 속 소리를 분류해 소음을 제거하거나 음량을 조절하는 오디오 지우개 기능도 추가된다. 업데이트는 한국을 시작으로 북미, 유럽 등에서 순차 진행된다.

삼성전자가 AI 도입에 속도를 붙이는 반면, 애플은 음성비서 ‘시리’의 AI 기능 출시를 연기했다. 애플은 지난 7일 성명을 내고 “개인적인 맥락을 더 잘 인식하고 애플리케이션을 넘나들며 이용자를 위한 작업을 수행하는 ‘더욱 개인화된 시리(more personalized Siri)’를 개발해왔다”며 “이런 기능들은 제공하는 데 예상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며 출시는 내년으로 미뤄졌다”고 밝혔다.

당초 애플은 AI 기능을 다음달 공개할 예정이었다. 로비 워커 애플 수석이사는 최근 내부 회의에서 “이번 출시 지연은 부끄러운 일이며, 기술이 준비되기 전에 홍보부터 한 게 상황을 악화시켰다”고 말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보도했다.

AI 사업에서는 삼성전자가 애플보다 발 빠른 상황이지만, 시장 점유율은 오히려 하락세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애플의 국내 스마트폰 점유율은 39%로 전년 동기 대비 4%포인트 올랐다. 삼성의 점유율은 60%로 전년(64%)보다 떨어졌다. 삼성전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의 점유율은 18.3%로 전년(19.7%) 대비 하락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삼성의 AI 전략이 시장의 판도를 바꿀 만한지 점검을 해봐야 할 때”라며 “기술도 중요하지만 소비자들의 마음을 빼앗을 수 있는 브랜드 가치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