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원자로 설계 유출시도와 연관 가능성

입력 2025-03-18 18:51
연합뉴스TV 캡처

미국 에너지부(DOE)가 산하 연구소의 한 직원이 원자로 설계 소프트웨어를 한국으로 유출하려고 한 시도를 적발하고 이를 의회에 보고한 것으로 17일(현지시간) 파악됐다. 미국이 한국을 ‘민감국가’로 지정한 이유가 연구소 보안 문제 때문이라고 외교부가 밝힌 가운데 에너지부 자체 보고서에서 유사 사례가 확인된 것이다. 민감국가 지정 사태의 주원인이 보안 문제로 좁혀지고 있지만 의문점도 남는다.

에너지부 감사관실이 미 의회에 제출한 지난해 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아이다호 국립연구소(INL)의 도급업체 직원은 수출통제 대상에 해당하는 정보를 소지한 채 한국행 항공기에 탑승하려다 적발돼 해고됐다. 보고서는 “감사관실은 해당 정보가 수출통제 대상임을 확인하고, 직원의 정부 이메일과 채팅을 조사해 직원이 수출통제 규정을 인지하고 있었으며 외국 정부와의 소통이 있었음을 밝혀냈다”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2023년 10월 1일부터 지난해 3월 31일 사이에 발생한 사례로 소개됐으며, 보고서 제출 당시 연방수사국(FBI)이 수사를 하고 있었다. 해당 직원은 한국계 미국인으로 알려졌다.

다만 외교 당국은 이 사건이 민감국가 지정에 큰 영향을 미친 주요 사례는 아닌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사건은 공개 보고서에 실릴 정도의 경미한 사안으로, 이보다 심각한 한국 연구원들의 보안 규정 위반 사례들이 더 있었다는 게 외교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이런 사례들이 누적되면서 에너지부가 한국을 민감국가로 지정했다는 것이다.

민감국가 지정 원인이 한국 내 핵무장 여론이나 정치적 혼란이 아닌 ‘정보 유출’로 좁혀진 가운데 외교 당국은 지정 철회를 위해 미국 정부와 소통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가 내린 조치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계속 유지할지도 관심사다. 시드 사일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고문은 국민일보에 “트럼프 행정부가 이(민감국가 지정)를 바이든 행정부에서 시작된 조치로 묘사하려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 흥미롭다. 아마도 트럼프 팀이 유연성과 의사결정의 여지를 유지하려는 시도일 수 있다”며 “한국은 이 문제에 대해 단호하면서도 침착하게 대응해 공동의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에서 정권이 바뀐 지 얼마 되지 않아 한국 외교부가 에너지부의 카운터파트를 찾아 소통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가 이번 사태의 원인을 보안 문제로 지목하고 대응에 나섰지만 미국의 직접적·공개적인 설명은 아직 없는 상황이다. 미국은 지난 14일 한국의 민감국가 지정 사실을 언론에 확인하면서도 지정 이유는 함구했다. 특히 미국 정부가 북한·중국·러시아 등 적대국들이 대거 포함된 명단에 동맹인 한국을 넣었음에도 사전 예고나 통보를 하지 않았고, 한국 정부가 두 달 동안 모르고 있었다는 점은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