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잠룡들의 책 출간이 잇따르고 있다. 여권에선 한동훈 국민의힘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28일 ‘국민이 먼저입니다’로 제일 먼저 스타트를 끊었다. 이어 유정복 인천시장이 지난 15일 ‘대한민국 대통합, 찢는 정치꾼 잇는 유정복’을 출간하고 대권 행보에 뛰어들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24일 ‘다시 성장이다’ 출간을 앞두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당초 21일 ‘꿈은 이루어진다’를 펴내려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이후로 출간을 늦췄다.
야권에선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전 의원이 지난달 ‘김두관의 헌법개정 제안서’를 내고 일찌감치 대권 행보를 시작했다. 대선을 여러 번 치른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책도 여러 권이다. 이달 초엔 자서전 ‘그 꿈이 있어 여기까지 왔다’가 일본에서 번역 출간되기도 했다. 개혁신당의 주자인 이준석 의원은 2년 전 펴낸 ‘거부할 수 없는 미래’를 내세워 지난 13일 대전에서 강연회를 열었다.
잠룡들의 책은 정책 비전과 미래 구상을 전달하려는 목적도 있지만 부수적 효과도 크다. 우선 지지자들이 잔뜩 몰리는 출간 행사로 ‘컨벤션 효과’를 얻을 수 있고, 책 판매량에 따라 인기도 과시할 수 있다. 책을 매개로 전국을 다니며 초청 강연회나 사인회를 마련해 정치적 발언을 할 기회를 얻거나 유권자들을 만날 수도 있다. 그러다 진짜 대통령이 되면 순식간에 베스트셀러로 등극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취임 전 펴낸 자서전 ‘운명’으로 재임 시절 억대의 인세 수입을 얻기도 했다.
정치인 책이라도 잘 만들면 두고두고 읽힌다. 하지만 보좌진이 급하게 짜깁기해 졸속으로 펴내면 선거 전이라도 쓰레기통으로 던져지기 일쑤다. 그런 책은 중고책으로도 안 팔린다. 또 책에 ‘돼지 흥분제’ 같은 엉뚱한 얘기를 넣었다가 곤욕을 치르는 정치인도 있다. 내용을 과장하거나 잘못된 팩트로 허위사실 유포 시비에 휘말리기도 한다.
과연 이번 잠룡들의 책은 어떤 운명을 맞이할까. ‘대통령 저서’가 될 수 있을까, 아니면 쓰레기통행일까.
손병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