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오후 경기도 안성 하나원의 체육관. 경쾌한 탁구공 소리가 울려 퍼졌다. 빛의자녀교회(김형민 목사) 봉사동아리 STG(Shine Talent Group) 회원들과 20여명의 탈북민이 함께 탁구를 치며 땀을 흘리고 있었다. 이날 활동에 참여한 이들은 9세 어린이부터 50대 여성까지 다양했다. 처음엔 어색한 분위기였지만 STG 회원들이 간단한 기술을 가르치고 플레이가 진행되면서 자연스레 긴장이 풀리기 시작했다. 테이블 위로 탁구공이 오갈수록 얼굴엔 미소가 번졌고 농담도 이어졌다.
하나원은 북한을 떠나 온 탈북민이 한국사회로 나오기 전 12주간 사회적응 교육을 받는 곳이다. STG는 이곳에서 탈북민에게 탁구 레슨을 제공하고 함께 경기를 즐긴다. 당장 신앙을 전하진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교류하며 마음의 문을 서서히 열기 위해서다.
탈북민들과 팀 게임을 하던 이지영(53) 집사는 “목표는 먼저 친구가 되는 것”이라며 “그리스도의 사랑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정훈(57) 집사도 “꾸준히 얼굴을 보이며 함께 운동하고 웃다 보면 마음의 문이 열리는 것을 경험한다”고 전했다.
STG는 지난해 3월 빛의자녀교회 성도들이 개인의 재능을 전도와 선교의 도구로 활용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봉사동아리다. 스포츠 환경 문화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9월 시작된 하나원 탁구 봉사의 중심엔 이 교회에 20년째 출석 중인 민장기(65) 집사가 있다. 중학교 시절까지 탁구 선수였던 그는 2016년 하나반도의료연합의 요청을 받아 하나원 탁구 봉사를 시작했다. 10년째 명절, 주말마다 아내 정선주(61) 집사와 함께 이 사역을 통해 탈북민과 교류하고 있다. 2018년에는 평창 동계올림픽 티켓 50장을 마련해 그들과 함께 경기를 관람하기도 했다.
민 집사는 “탁구는 접근성이 쉽고 관계를 맺기에 좋은 도구다. 봉사하면서 그들의 사연을 듣다 보니 이 사역이 영혼 구원의 문제로 다가왔다”며 “처음엔 예수 믿으라는 말도 조심스러웠지만 이제는 성경 구절을 이야기하며 신앙을 나누고 기도도 함께한다”고 말했다.
STG는 하나원을 퇴소한 탈북민의 사회 정착도 돕고 있다. 잘못된 사람을 만나 사기를 당하거나 이단에 빠지는 사례 등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민 집사는 “탈북민들이 희망하는 직종에 따라 관련 분야의 지인이나 업계를 소개하고 건강한 교회도 안내한다”면서 “그들이 한국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하길 기도한다”고 말했다.
안성=글·사진 김수연 기자 pro11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