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3차원(3D)의 물리세계에서 공간적 정보를 이해하고 처리하는 능력인 공간지능(Spatial Intelligence)이 차세대 AI 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공간지능은 물체의 위치, 크기, 방향을 파악하고 물리적 공간 내에서 대상들의 관계와 움직임을 인식한다. 사람이 눈으로 본 공간을 두뇌에서 이해하듯 컴퓨터가 AI를 통해 현실세계를 분석한다. 글로벌 빅테크들은 공간지능을 범용인공지능(AGI)을 달성할 수 있는 중간 단계로 보고 관련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18일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따르면 페이스북리서치는 오는 6월 개최 예정인 컴퓨터비전 학술대회 ‘CVPR’에서 새로운 공간 AI 모델 ‘패스터’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 기술은 네이버랩스가 보유한 공간 기술 ‘더스터’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더스터는 지난해 네이버랩스 유럽이 만든 기술로 사진 한두 장 만으로 3초 내에 3D 공간 정보를 생성해낸다. 인간이 공간을 인식하는 수준으로 공간을 재현하기 때문에 결과물에 대한 어색함과 이질감이 없다는 게 특징이다.
공간지능은 공간정보를 기반으로 하는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복합현실(MR) 등의 기술 고도화에 필수적이다. 자율주행 차량이나 로봇이 스스로 상황을 판단해 장애물을 피하고, 적절한 길을 찾아나서게 만든 것이 상용화된 사례다.
한 단계 더 나아가면 현실 세계에서 실험하기 어려운 상황들을 가상 공간에서 시뮬레이션할 수 있게 된다. 대규모 공간을 3D 모델로 옮겨 여러 조건을 연출할 수 있기 때문에 스마트 팩토리와 스마트 시티 설립 제작에도 활용할 수 있다.
공간지능에 대한 가치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AI의 대모로 불리는 페이페이 리 스탠퍼드대학교 교수는 지난해 4월 공간지능을 구축하기 위한 스타트업 월드랩스를 세웠고, 이 스타트업은 설립과 동시에 약 10억 달러(1조4400억원)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정보통신(IT) 기업뿐 아니라 엔비디아도 관련 연구에 뛰어들 정도로 공간지능은 AI 시대 핵심 기술”이라고 말했다.
나경연 기자 contes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