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에게 연봉에 해당하는 목돈이 생긴다면 어디에 사용하시겠습니까. 나를 위한 명품 가방을 구입하거나 가족을 위한 해외여행을 계획하면 좋을까요. 아니면 이웃과 친지들을 위한 잔치를 베풀면 좋을까요. 한 여인이 예수님께 나드(nard) 향유 옥합을 깨뜨립니다. 당시 1년 치 연봉에 해당합니다. 사람들은 이것을 보고 왜 낭비하냐고 화를 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칭찬하십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예수님은 진정한 낭비의 의미를 아셨기 때문입니다.
첫째 권력을 낭비한 사람이 있습니다. 예수님을 죽이려고 기획하는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대제사장들과 서기관들이 예수님을 흉계(凶計)로 잡아 죽일 방도를 찾습니다. 이틀이 지나면 유월절과 무교절입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명절이라 민란이 생길까 염려합니다. 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굴복하는 척합니다. 결국 제사장들과 서기관들은 권력을 사용해 예수님을 십자가 죽음으로 내몹니다.
한편 기적에 들뜬 사람들의 기대감은 권력형 메시아를 향해 더 상승합니다. 예수님의 인기는 예루살렘 입성으로 확인됩니다. 팬들의 환호성은 하늘을 찌릅니다. 권력에 줄을 서려는 현상은 예나 지금이나 같습니다. 제자들도 누가 더 크냐를 두고 경쟁하고 비교하기에 급급합니다. 제자들은 서열을 정하는데 몰두하며 시간을 낭비합니다. 우리는 무엇에 힘을 쏟고 살아가나요. 힘을 낭비하거나 남용하지는 않습니까.
둘째 자산을 낭비한 사람이 있습니다. 죽음을 눈앞에 둔 예수님은 환자 집에 초대를 받았습니다. 동네는 베다니로 가난한 이들이 사는 곳입니다. 거액의 향유를 예수님께 쏟아부은 여인의 행동은 가난한 사람의 처지에서 보면 너무 지나칩니다. 사려 깊지 못하고 사치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계산에 밝은 가룟 유다도 화를 내고 비난합니다. 왜 비난합니까. 그 가치가 300데나리온임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노동자 1년 치 품삯입니다. 그래서 가룟 유다는 감정 섞인 말로 호통치고 씩씩거리며 책망합니다. 최선을 다하고도 제자들의 이런 꾸지람에 여인은 매우 당황했을 것입니다. 항변하고 싶었을 텐데 왜 침묵하고 있었을까요. 겸손히 소중한 일을 감당하고 비난을 참아낸 이 침묵은 2000년 동안 메아리쳐 울리는 웅변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인생을 낭비한 사람은 누구입니까. 은 30에 예수님을 팔아넘기고 배반한 가룟 유다가 아닌가요.
셋째 명예를 낭비한 사람이 있습니다. 빈민가에 심한 피부병 환자 집으로 거룩하신 예수님을 초대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무척 기이한 일입니다. 거룩하신 메시아이신 예수님이 부정한 사람 집의 초대에 응한 일 또한 신비롭습니다. 그런데 초대를 받았는지조차 의심되는 여인의 돌발적 행동을 예수님만 아름답고 좋은 일이라고 격려해 주십니다. 예수님은 왜 감동하셨을까요. 여인의 행동이 권력을 위해 사용하거나 재산을 낭비한 것이 아니라 예수님의 마지막 죽음의 때를 알고 힘을 다해 장례를 준비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복음이 전파되는 곳에는 이 여인이 행한 일도 기억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룟 유다는 권력을 낭비하는 사람들에게 예수님을 넘겨주려고 거래합니다. 정작 누가 명예를 더럽히고 수치스러운 사람이 되었습니까.
김승곤 목사(안양초대교회)
◇김승곤 목사는 장로회신학대 기독교교육과와 같은 대학교 신학대학원(MDiv), 미국 버지니아 유니온장로교신학교(MACE), 주안대학원대에서 선교학(PhD)을 공부했습니다. ‘사무엘 H 마펫의 선교 발자취’를 출간했으며 ‘햇빛을 받는 곳마다’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을 번역했고 ‘내한선교사사전’의 공저자이기도 합니다. 경기도 안양초대교회 담임목사로 섬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