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구(47) 트루스포럼 대표는 2017년 단체를 설립한 후 기독교 정신에 따라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반대하고 성경의 전통적 가치 수호에 앞장서 왔다. 트루스포럼은 요한복음 8장 32절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 말씀을 기반으로 한다. 서울대 법대에서 국제법을 전공한 김 대표는 2016년 친동성애 내용이 포함된 ‘서울대 인권 가이드라인’ 통과를 막아내기도 했다.
김 대표가 동성애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건 2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태국 여행 중 비행기에서 우연히 태국인 남성을 만났다. 낯선 외국인에게 필요 이상으로 친근하게 접근한 이 남성은 김 대표에게 신체 접촉을 시도했다. 자신이 게이가 아니라고 부정했지만, 그는 알고 보니 동성애자였다. 이때를 계기로 김 대표는 동성애 문제에 관심을 두게 됐고, 이후 서울대 대학원에서 강의를 들으며 인권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됐다.
최근 서울 관악구 트루스포럼 사무실에서 만난 김 대표는 “동성애를 찬성하는 부류의 주장 가운데 (동성애가) 선천적이라고 주장하는데 이를 뒷받침할 근거가 과학적으로 불충분하다”며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전통적 가족제도와 남녀 구분을 해체하는 전체주의적 속성을 가진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교회가 동성애자들을 외면하고 혐오의 시선을 보내기보다는 사랑의 마음으로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트루스포럼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트루스포럼은 2016년 태동해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활동을 전개했다. 2016년엔 서울대 총학생회와 서울대 인권센터가 ‘서울대 인권 가이드라인’을 추진한 적이 있었다. 가이드라인엔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을 차별금지 사유로 규정하는 내용이 포함됐었는데 이를 막기 위해 ‘진정한 인권을 위한 서울대인 연대’를 결성했다. 이후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가치를 지키는 활동을 지속하기 위해 트루스포럼을 만들게 됐다.”
-차별금지법이 지니는 위험성은 무엇인가.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겉으로는 인권 보호를 표방하지만 실제로는 전체주의적 속성을 가진 법이다.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을 차별금지 사유로 규정하면 전통적인 가족 제도와 남녀 구분, 성 윤리를 본질적으로 변화시키게 된다. 이는 단순히 소수자 보호가 아니라 기존 사회의 근간을 해체하는 것이다. 남자-남자, 여자-여자의 결합을 가정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을 차별로 간주해 남녀의 전통적 구분이 무너지게 된다. 특히 성별 정체성 개념은 주관적 성을 인정하는 것으로 과학이 아닌 이념에 가깝다. 차별금지법의 이면엔 모든 성의 해방, 전통적 남녀 구분과 가족 제도에 묶여 있는 성을 해방하는 것이 인간을 자유롭게 한다는 성 해방 사상이 깔려 있다.”
-동성애가 선천적이라는 일부 학계 의견에 어떻게 생각하나.
“트루스포럼은 기본적으로 동성애적 성향으로 고통받는 분들을 도울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실제로 동성애의 선천성을 주장했던 과거 연구들에서 편견(bias)이 심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2019년 미국 존스홉킨스대 등 여러 기관이 함께한 DNA 분석 연구에서 동성애의 선천성 주장은 실제로 근거가 부족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연구 결과, 많은 사례에서 동성애는 유년 시절 부모의 사랑 부재나 성장 환경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는 동성애적 성향을 지닌 사람을 인권이라는 이름으로 현재 상태에 박제해 버리는 것이 아니라, 변화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도와야 한다. 탈 동성애자들의 증언도 넘쳐나지 않는가. 하지만 이들의 목소리는 되려 억압받고 있다.”
-교회와 신앙인이 동성애 문제에 어떻게 대응하면 좋을까.
“교회가 동성애 문제에 침묵한다면 사회의 다음 세대들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 기독교인들이 차별금지법이라는 쟁점으로 충돌하지만, 본질은 하나님 말씀 안에서 동성애적 성향을 지닌 분들을 어떻게 돕고 사랑하는지에 관한 싸움이다. 성경적 세계관적 관점에서 사회적 이슈에 목소리를 내고 담대하게 대응해야 한다. 다만 비기독교인인 시민을 설득할 때는 신앙의 언어를 조금 줄이고 일반적인 방법으로 설득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기독교인들이 조직적으로 대응해 차금법을 막아내고 있는 거의 유일한 나라다. 이는 우리 신앙 선배들의 헌신과 노력, 기도의 결과다. 그리고 서구에서 먼저 싸워 온 선배들의 눈물어린 기도의 열매이기도 하다.”
-트루스포럼의 활동 주체는 기독교 대학생이다.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트루스포럼은 성경적 세계관에 바탕을 둔 보수주의 연구·활동 단체다. 단체의 궁극적인 역할은 청년들을 키워내고 성경적 세계관에 바탕을 둔 보수주의 관점에서 사회적 이슈들에 선도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활동을 지속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미국의 헤리티지재단 같은 싱크탱크로 성장하길 바란다. 대한민국은 하나님을 빼고는 설명할 수 없는 나라다. 성경적 세계관이 나라의 기둥으로 자리잡고 있다. 한국교회와 신앙인, 특별히 신앙의 유산을 이어 받은 청년세대가 시대적 도전을 잘 감당해 내길 바란다.”
유경진 기자 yk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