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가 지난해 말부터 카드대금 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유동화 전단채) 발행을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에게 판매된 ABSTB는 홈플러스의 주된 단기자금 조달 수단이었다. 홈플러스는 회생신청 직전인 지난달 최근 2년 새 최대 규모로 ABSTB를 발행했다. 홈플러스는 개인투자자들의 ABSTB도 전액 변제 목표를 밝혔다.
홈플러스는 17일 입장문을 내고 “회생절차를 통해 유동화 채권 변제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전날 사재를 출연해 위기 대응에 나서겠다고 한 데 이은 조치다. 개인 채권에 판매된 것은 증권사에서 발행한 것이라 ABSTB 개인 투자자들이 홈플러스의 직접적인 채권자는 아니다. 하지만 홈플러스는 “유동화 전단채 변제에 대한 최종 책임은 당사에 있다. 증권사들과 함께 회생절차에 따라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MBK파트너스와 홈플러스가 사태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시장에 퍼진 의구심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입수한 신영증권의 2023~2025년 월별 홈플러스 ABSTB·기업어음(CP)·단기사채 발행 현황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ABSTB 발행액은 지난달 1518억원에 이르렀다. 월별 기준 최근 2년 사이 가장 많은 금액이다. 신영증권은 ABSTB 발행 주관사로, 투자자와 다른 증권사에 판매하는 역할을 했다. 금융당국은 신영증권과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신용등급 강등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유동화 전단채를 발행하고 판매해왔는지를 규명하기 위해 조사에 착수했다. 유동화 전단채 투자자들은 이를 상거래채권으로 분류하고 변제에 나서라고 요구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지금까지 지급된 상거래채권 규모는 오늘 오전 기준 모두 3510억원”이라고 설명했다. 홈플러스는 지난 4일 회생 개시 후 납품 대금 등 상거래 채권은 정상 지급하고 있으나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2월 발생한 밀린 상거래 채권에 대해선 영세·소상공인부터 순차적으로 지급 중이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