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조원대 KDDX ‘사업 방식’ 보류 결정… 수주전 다시 안갯속

입력 2025-03-18 00:11

방위사업청(방사청)이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 방식을 결정하는 사업분과위원회를 개최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보류 결정을 내렸다. 7조8000억원 규모의 대형 국책사업 수주전이 다시 한 번 연기되며 ‘결정장애’ 방사청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17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방사청은 이날 오후 2시 정부과천청사에서 방위사업기획관리 분과위원회를 열고 ‘KDDX 사업 추진 방안과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기본계획안’을 심의했다. 당초 이날 회의에서 사업 추진 방식에 대한 결론을 낼 예정이었지만 방사청은 오는 27일 분과위를 다시 개최해 추가 논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방위사업추진위원회(방추위)는 내달 2일 열린다.

방사청 관계자는 “논의 결과 구체적인 안건 내용과 분과위 의사결정 결과는 ‘방위사업법’ 제6조 청렴서약 제도에 따라 방추위 최종의결 전까지 공개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며 “수의계약 필요 사유, 공동개발 방안 등을 더 검토해 깊이 있게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방사청이 소모적인 논란을 피하기 위해 이날 분과위에서 수의계약, 경쟁입찰, 공동개발 중 한가지 결론을 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KDDX 사업은 2012년 한화오션의 전신인 대우조선해양이 개념설계를, 2020년 HD현대중공업이 기본설계를 각각 수주하며 진행돼 왔다. 관례적으로 기본설계를 맡은 업체가 수의계약을 통해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를 담당해왔으나, 이번에는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간 경쟁이 격화한 데다 법적 분쟁으로 비화하면서 사업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특히 KDDX 사업을 관리하는 방사청이 두 업체 사이에서 유불리를 저울질하며 사업 추진 방향을 제시하지 못한 채 장기 표류하도록 방치하고 있다는 책임론이 거세다. HD현대중공업은 수의계약을, 한화오션은 경쟁입찰을 원하고 있다.

KDDX 사업은 본래 2023년 12월 기본설계 완료 이후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에 착수할 예정이었으나, 법적 분쟁과 사업 방식 결정 지연으로 1년 가까이 늦어지고 있다. 이번 보류 결정으로 추가적인 지연이 불가피지면서 해군의 전력화 일정 차질 우려도 제기된다. 양용모 해군참모총장은 최근 양 사에 우려 서한을 보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고도화되고 주변국이 해군력을 지속 증강하는 엄중한 안보환경 속에서 주요 함정의 전력화 시기 지연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KDDX 사업은 2030년까지 국내 기술로 6000t급 군함 6척을 건조하는 첫 국산 구축함 사업으로, 총 사업비가 7조8000억원에 달하는 대형 국책사업이다. 방사청의 추가 논의 결과에 따라 조만간 사업 방식이 결정되겠지만 불복한 업체가 법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