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의사 형사처벌 면책 특례’에 대한 환자 단체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환자 단체들은 정부가 의사들을 달래기 위해 너무 많이 양보하고 있으며, 이는 환자들의 권익 침해로 이어질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연합회)는 17일 서울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망 의료사고 관련해 유족의 전원 합의로 형사처벌을 면제하는 입법례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며 “사망 의료사고까지 사인 간 합의로 형사처벌을 면책해주면 금전으로 손해배상만 하면 환자가 죽어도 어쩔 수 없다는 생명 경시 풍조가 생길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필수의료 분야에 한해 의사가 사망 의료사고를 일으켜도 유족과 합의하면 형사처벌을 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중과실이 아닌 의료사고에 대해 면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의사들이 의료 소송을 우려해 소아청소년과 등 필수의료 분야를 외면하는 상황을 줄이기 위해서다.
하지만 연합회는 의료사고 면책에 대해선 단순과실이더라도 업무상과실 유무로 따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업무상과실이 없다고 인정될 때 불기소 처분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중과실 범위가 좁아 대부분의 과실이 단순과실로 판정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연합회는 “수술 부위 착오, 의료기구 재사용 등 명백한 12개 유형의 중과실 외에 모든 과실이 단순과실로 분류될 수 있다”며 “의료기관에서 발생한 대부분의 의료사고는 단순과실에 의한 의료사고가 되는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와 국회는 의료사고 피해자·유족이 울분을 해소할 수 있도록 의료사고 설명 의무, 입증 책임 부담 완화 등을 입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