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코 루비오(사진) 미국 국무장관이 다음 달 2일 세계 각국에 대한 ‘상호관세’ 부과를 앞두고 “우리는 (무역의) 기준선을 다시 설정하고, 이후 국가들과 잠재적인 양자 협정을 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상호관세 부과와 더불어 주요 교역국과 새로운 무역협정을 맺겠다는 뜻을 시사한 것이다.
이 경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도 2차 재협상 압박에 직면할 전망이다. 한·미 FTA는 트럼프 1기 시절 한 차례 개정을 겪었지만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는 오히려 더 증가했다. 이에 미국이 아예 새로운 협정을 요구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통상 전문가들은 “상호관세 발표를 기점으로 미국의 전방위적 통상 압박이 본격화할 수 있다”고 내다본다.
루비오 장관은 16일(현지시간) 미 CBS 방송 인터뷰에서 “우리는 전 세계 국가들과 양자 협상을 통해 양측 모두에 이익이 되는 새로운 무역협정을 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 유리한 새로운 무역 체제를 추진하는 것이 트럼프 2기 목표라는 것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진행자가 “관세 부과는 양자 협상을 위한 지렛대인가”라고 묻자 그는 “협상을 위한 지렛대가 아니라 공정성을 위한 것”이라며 “지금은 한쪽만 자유롭고 다른 쪽에는 공정하지 않다”고 답변했다. 이어 “왜 다른 국가가 이것(상호관세)을 좋아하지 않는지 이해한다. 현상 유지가 그들에게 좋기 때문”이라면서 “하지만 우리는 현상 유지가 싫다”고 강조했다.
루비오 장관은 이날 인터뷰에서 한국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대미 무역흑자 상위국인 한국도 상호관세 및 비관세 장벽 해소 압력을 피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과정에서 한·미 FTA도 재차 타깃에 오를 전망이다. 정재환 인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7일 “자국 이익을 위해 동맹국도 겨냥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 입에서 한·미 FTA가 언급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수동 산업연구원 글로벌경쟁전략연구단장은 “미국이 멕시코·캐나다와의 3개국 무역협정(USMCA) 개정 움직임을 보이는 상황에서 한·미 FTA 등 다른 국가와의 협정도 들여다볼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미국의 한·미 FTA 2차 재협상 요구가 현실화할 경우 관세보다 비관세 장벽을 해소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양국 간 관세가 99% 철폐된 상태에서 상호관세 장벽을 높이는 식의 개정 요구보다 한국의 ‘30개월 초과 미국산 소고기 수입 금지’ ‘신약 가격 규제’ 등의 완화를 관철하는 데 초점을 맞출 수 있다는 것이다.
한·미 FTA 재협상을 빌미로 조선업·LNG 협력이나 방위비 인상 등 숙원 사업 해결이 반대급부로 제시될 가능성도 있다. 정 교수는 “미국이 한·미 FTA 재개정 요구와 방위비 인상 카드를 같이 내밀 수 있다”며 “우리 측 손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미리 준비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통상 당국은 다음 달 2일 상호관세 부과와 관련된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미국 측 움직임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는 이날 대외경제현안간담회를 열고 “다양한 채널을 통해 미국 측 동향을 파악하고, 관계부처가 상호관세 대상 업종 등에 대한 대응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주문했다.
세종=양민철 김윤 기자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