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주택 임대기간 10년 보장을 골자로 하는 임대차법 개정에 대해 반대 의사를 내비쳤다. 자신이 의장을 맡고 있는 당 공식기구 ‘민생연석회의’가 해당 방안을 발표한 지 닷새 만이다. 이 대표는 “전세 10년 보장은 추진 과제가 아니라 논의 주제였을 뿐”이라고 설명했지만 여론 동향에 따라 급변침하는 모습이어서 정책 일관성이나 신뢰성을 스스로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대표는 17일 “국민의 주거권 보장은 국가의 중요한 책무이지만 어떤 정책이든 시장원리를 거스른 채 효과를 달성하긴 어렵다”며 “민간 임대차 시장을 위축시켜 세입자에게 불이익이 돌아갈 수 있다는 전문가 우려를 새겨들어야 한다”고 페이스북을 통해 밝혔다. 그러면서 “전세계약을 10년 보장하는 임대차법 개정의 경우 논의를 거친 당 공식 입장이 아닐뿐더러 개인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라고 말했다.
이 의제는 민주당 민생연석회의가 지난 12일 발표한 ‘20대 민생의제’에 포함된 내용이다. 민생연석회의는 장기적인 세입자 주거 안정책의 일환으로 점유 기간을 최장 10년까지 보장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러자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전세물건 감소, 전셋값 급등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국민의힘도 “임대차 3법 시행으로 전세 시장을 왜곡시킨 문재인정부의 실책을 그대로 답습하겠다는 것이냐”는 비판 논평을 냈다.
이 대표는 이에 “의제는 과제가 아니다. 민생을 위한 논의 주제일 뿐 추진하기로 한 과제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며 “불필요한 억지 논란이 더 없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민생연석회의도 해명 자료를 내고 진화에 나섰다. 민생연석회의가 제안한 의제와 정책과제는 당 정책위원회의 타당성 검토와 선별을 거쳐 의결기구의 확정을 받아야 실제 이행으로 이어진다는 취지다. 민생연석회의는 “제안자는 전세사기를 당한 분들을 대변해 이런 제안을 한 것으로 안다”며 “(임대차법 개정은) 당의 공식 입장이나 정책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당의 기구가 공식적으로 의제를 발표한 것 자체가 추진을 상정한 일종의 대국민 홍보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이 대표는 자신이 이끌고 있는 당 공식기구의 발표를 5일 만에 뒤집은 것이어서 비판이 제기된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 대표에 대한 비호감 여론을 구성하는 요인 중 하나가 ‘정책적으로 신뢰할 수 없는 인물’이라는 평가”라며 “자칫 이미지만 나빠질 수 있다”고 짚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