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1.5%로 대폭 내려 잡았다. 앞서 한국은행·한국개발연구원(KDI) 등 국내 기관이 선보인 하향 조정 행렬에 동참하는 행보다. 본격화하는 미국발 ‘관세 전쟁’이 한국을 직격할 경우 이보다 경제 상황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17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OECD는 이날 발표한 ‘중간 경제전망’에서 “한국의 성장세는 유지되지만 기존 예상보다는 완만해질 전망”이라면서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5%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12월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을 2.2→2.1%로 0.1% 포인트 낮춘 지 3개월 만에 추가로 0.6% 포인트를 하향 조정한 것이다.
OECD의 이번 하향 조정은 최근 잇따라 ‘1%대 중반’ 성장률 전망치를 발표한 국내 기관들과 유사한 맥락이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달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5%로 내렸다. KDI 역시 1.6% 성장을 전망했다. 비상계엄으로 인한 정치 불확실성 확대와 수출 증가세 둔화로 경제 성장이 위축된다는 분석이었다.
OECD의 비관적인 시선은 한국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OECD는 이번 발표에서 올해 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3%에서 3.1%로 0.2% 포인트 낮춰 잡았다. 트럼프 신행정부가 등장하면서 높아진 무역 장벽과 커진 지정학적·정책적 불확실성이 세계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좀처럼 잡히지 않는 물가도 우려를 더했다. 이번 중간 경제전망에서 주요 20개국(G20)의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기존보다 0.3% 포인트 오른 3.8%로 조정됐다. OECD는 “무역 정책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해 지속될 경우 글로벌 경제 성장에 영향을 주고 물가도 상승시킬 수 있다”고 예측했다.
특히 미국이 주도하는 ‘관세 전쟁’의 1차 표적으로 떠오른 북중미 국가들이 호된 하향 조정을 피하지 못했다. 이번 중간 경제전망에서 OECD는 캐나다와 멕시코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각각 0.7%, -1.3%로 예측했다. 겨우 3개월 사이에 1.3% 포인트, 2.5% 포인트씩 곤두박질친 수치다. 막상 관세 전쟁을 주도한 미국(2.4→2.2%)의 전망치 하락 폭은 크지 않았다. 미국의 ‘창끝’이 향하는 중국은 오히려 4.7%에서 4.8%로 전망치가 0.1% 포인트 올랐다.
한국도 트럼프 신행정부의 행보의 ‘주요 표적’으로 떠오를 경우 추가적인 하방 요인을 마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아직 한국은 철강 분야 외에는 관세 조치의 본격적인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해외에서는 성장 동력을 찾기가 어려운 상황임을 고려해 일단 ‘내수 살리기’에서 활로를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이라도 추경을 해서 내수 활력을 살려 대외 불확실성으로 인한 충격을 흡수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이의재 김윤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