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관세 전쟁 확대로 글로벌 물동량이 줄면서 물류비가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수출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을 일부 줄이는 효과가 있지만 물동량 급감으로 수출이 그만큼 줄 수 있어 마냥 반길 수도 없다. 미국이 부과를 유예한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한 25% 관세 현실화 등 관세 전쟁이 확전하면 물류비 하락 추세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17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에서 출발하는 미국 동부행 해상 수출 운임은 20피트 컨테이너 2개(2TEU) 당 667만5000원으로 전월 대비 15.3%나 감소했다. 미국 동부행 해상 수출 운임이 700만원을 밑돈 것은 지난해 6월(606만5000원/2TEU) 이후 8개월 만이다. 다른 원거리 항로 상황도 비슷하다. 미국 서부행 해상 수출 운임은 전월보다 14.4% 감소한 623만6000원/2TEU, 유럽연합(EU)행은 전월 대비 12.6% 감소한 455만9000원/2TEU를 기록했다. EU행 역시 지난해 5월(421만원/2TEU) 이후 9개월 만에 400만원대까지 떨어졌다. 미국과 유럽 등 원거리 항로 수출 운송비가 일제히 전월 대비 10% 이상 급락한 것이다.
통상 물류비는 연료비인 국제유가 등에 따라 오르내린다. 다만 이번 하락 배경에는 점차 현실화하는 통상 갈등이 있다. 특히 미국행 컨테이너 비용 하락은 미·중 갈등 영향이 컸다. 지난달 4일부터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중국산 제품에 10%의 추가 관세가 시행된 데 이어 이달 4일에는 여기에 10%를 추가로 부과했다. 이봉걸 한국무역협회 물류서비스실장은 “(컨테이너선이) 보통 중국 상하이에서 부산항을 거쳐 미 서부로 간다”며 “미·중 갈등 영향으로 비용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중국에 관세장벽을 세우면서 물동량 자체가 줄어 미국행 운송비가 내렸다는 뜻이다.
EU도 비슷한 상황이다. 상대를 가리지 않고, 관세 벽을 높이는 미국의 통상 정책으로 인해 글로벌 불확실성이 높아졌고, EU 내 수요도 감소했다.
불확실성 확대에 따라 향후 해상 운임 역시 더욱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정부는 다음 달 2일 멕시코와 캐나다에 25% 관세 부과를 앞두고 있다. 물동량 감소를 가속화하는 조치인 만큼 물류비는 더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 국내 물류기업의 직접적 타격이 예상된다. 다른 수출 기업의 경우 물류비 감소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교역량 감소에 따른 피해가 예상돼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세종=신준섭 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