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A 방송 중단되자 中 환호 “반중 요새 무너져 통쾌”

입력 2025-03-17 18:59
미국의소리(VOA) 한국어 홈페이지에 17일 방송국 사정으로 업데이트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알림이 떠 있다. 홈페이지 캡처

미국의소리(VOA)와 자유아시아방송(RFA)이 15일(현지시간)부터 신규 방송을 전면 중단한 데 대해 중국 관영 언론과 관변 논객이 일제히 환영 메시지를 냈다. VOA와 RFA는 신장위구르 인권 문제 등을 보도하며 중국 비판에 앞장서 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4일 글로벌미디어국(USAGM)의 기능과 인력을 최소화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USAGM은 해외 독재국가를 대상으로 미국의 가치를 전파해 온 매체인 VOA와 RFA, 자유유럽방송(RFE) 등을 산하에 둔 독립 정부기관이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17일 사설을 통해 “‘자유의 등대’라는 VOA가 자국 정부에 의해 더러운 걸레처럼 버려졌다”며 “VOA는 40개 이상 언어로 전 세계에 방송하며 도덕적으로 우월한 미국의 이미지를 구축하려 시도했지만 독립성과 신뢰성이 자주 의심·비판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VOA는 세계 각지에서 사회 대립과 국가 분열을 조장하며 심지어 정권 전복에 참여해 국제적으로 악명이 높다”면서 “VOA와 RFA, RFE의 공통점은 미국의 이념적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다른 나라를 대대적으로 공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관련 보도에선 더 악랄했다고 비난했다. 환구시보는 “신장 인권 문제 비방부터 남중국해 분란 조장, 대만 독립 세력과 홍콩 분란 세력 지원, ‘중국 바이러스’ 조작, 중국 ‘생산 과잉설’ 선전까지 거의 모든 터무니없고 악랄한 중국 관련 거짓말 뒤에는 이 매체의 ‘원초적 기여’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냉전 시기에 활동하며 ‘인지전’의 도구로 사용된 VOA는 다극화된 오늘날에 나타나선 안 된다”며 “VOA가 예산 삭감과 인원 감축, 심지어 완전 폐쇄를 통해 역사의 쓰레기통에 들어가는 것은 필연적”이라고 주장했다.

환구시보는 또 “일부 전통적 서방 매체의 정보 독점 권력이 무너지고 있다”면서 “VOA가 ‘거짓말 공장’으로 유지하던 서사 패권은 한 네티즌의 짧은 현장 동영상으로 몇 분 만에 깨질 수 있다. 많은 미국인이 입체적인 중국을 보기 시작했을 때 VOA의 악마화된 서사는 시대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의 대표적 관변 논객 후시진도 웨이보에 올린 글에서 VOA와 RFA의 방송 중단에 대해 “정말 통쾌한 일”이라며 “미국의 반중 이념적 요새가 내부에서 무너져내린 것을 중국인들은 기쁘게 여길 것”이라고 밝혔다.

독일 나치 정권의 선전에 맞서기 위해 1942년 설립된 VOA는 매주 3억6000만명에게 48개 언어로 소식을 제공해 왔다. RFA는 언론이 통제되는 북한과 중국 등의 내부 소식을 국제사회에 알리고, 해당 국가에 미국의 입장과 국제사회 소식을 전했다. 국경없는기자회는 “이번 조치는 전 세계 언론 자유를 위협하고,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을 지지해 온 80여년의 미국 역사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