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의 주주환원율이 주요 20개국(G20) 중 최하위권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가치를 나타내는 자본 대비 시가총액 역시 최하위 수준이었다.
한국은행은 17일 ‘주주환원 정책이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이 같은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G20 회원국 중 국영기업 중심인 중국과 자료가 미흡한 호주, 사우디아라비아 등을 제외한 16개국 3560개 기업의 2019~2023년 지배구조 및 재무 데이터 평균값을 국내 기업과 비교했다.
국내 기업의 주주환원 규모는 영업현금흐름의 20% 수준으로 최하위 그룹에 속했다. 한국보다 주주환원율이 낮은 국가는 튀르키예·아르헨티나(10%)뿐이었다. 주주환원에서 자사주 매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주요국과 비교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었다. 미국은 주주환원 중 자사주 매입이 46%, 캐나다는 40%에 육박하지만 한국은 9%에 그쳤다.
배당성향은 16개국 중 꼴찌였다. 한국 기업의 당기순이익 대비 배당금 비율은 27.2%로 아르헨티나(27.4%)보다 낮았다. 1위인 영국은 137.4%이며 미국(11위·42.7%)과 일본(13위·36.7%)도 한국을 웃돌았다. 지배구조나 규제 등을 통한 주주보호 점수는 6.8점으로 12위에 그쳤다.
한국 기업은 대주주의 주식 비중이 높아 지배구조가 지배주주나 경영진의 대리인의 사적 이익 추구 문제에 취약했다. 한국의 유동주식 비중은 60.6%로 미국(95.0%), 영국(93.9%) 등 선진국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유동주식 비중은 대주주의 주식 보유 비중이 높을수록 낮아진다.
이 때문에 한국의 기업 가치는 성장성과 안정성에 비해 낮게 평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성장률과 부채비율은 일부 선진국보다 낫거나 비슷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자본 대비 시가총액(PBR)은 1.4로 다른 신흥국이나 선진국보다 떨어졌다. 신흥국인 인도는 5.5, 선진국인 미국과 영국은 각각 4.2, 3.3이었다.
배당은 소극적이지만 기업 성장을 위한 자본적 지출이 활발한 점은 긍정적이었다. 한국은 영업현금흐름 대비 자본적 지출 비중은 0.9로 인도 다음으로 높았다.
한은은 국내 기업이 주주환원을 확대해 기업가치를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은 분석 결과 주주환원 규모가 클수록 기업가치가 높게 평가됐다. 한은은 “무엇보다 기업가치 제고와 주주 이익의 성장이 병행되도록 지배주주 위주의 의사결정에서 벗어나 일반주주의 권익을 강화하는 중장기적인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정하 기자 g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