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사셔도 되니 일단 타보세요”… 달라진 車 시승 문화

입력 2025-03-18 02:32

50대 직장인 김태원(가명)씨는 지난달 신차를 구입하려고 메르세데스 벤츠코리아와 렉서스코리아에 연락했다. 두 회사는 김씨가 직접 차를 몰아보고 성능을 체험할 수 있도록 차량을 제공했다. 김씨는 “시승까지 했으니 신차를 판매하려는 딜러가 집요하게 전화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더라”며 “예전보다 시승이 쉬워진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완성차업체가 소비자를 대상으로 시승 기회를 확대하는 분위기다. 대부분 업체는 온라인으로 신청하면 인근 대리점 등을 통해 시승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엔 고객을 기다리는 걸 넘어 업체들이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시승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르노코리아는 지난 7일부터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그랑 콜레오스 시승행사인 ‘드라이브 더 챔피언’(Drive the Champion)을 진행 중이다. 그랑 콜레오스는 올해 국내 자동차 시상식에서 SUV 3관왕에 올랐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17일 “고객이 이 차를 경험하면 구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자신감이 반영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15일부터 서울 성동구 ‘르노 성수’에서 또 다른 시승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를 위해 총 6개의 별도 시승 코스를 따로 마련했다. 르노코리아는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보드게임, 포토부스, 설치 미술 전시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스텔란티스코리아 산하 지프는 오는 31일까지 전국 지프 공식 전시장에서 특별 시승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기간에 차량을 구입해 출고까지 마친 고객에겐 지프의 프리미엄 아웃도어 용품을 증정한다. 이탈리아 고급 브랜드 마세라티도 지난달 22일부터 시승행사 ‘마세라티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를 진행 중이다. 차량별로 3차례에 걸쳐 운영한다. 오는 20~26일엔 전기 SUV 그레칼레 폴고레가 대상이다. 다카유키 기무라 마세라티코리아 총괄은 “고객과 깊은 유대감을 쌓고 특별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고객 접점을 늘려가겠다”고 말했다.

벤츠의 공식딜러사인 한성자동차는 최근 홈페이지를 개편하면서 시승 신청 절차를 간소화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다음 달부터는 별도 정보 입력 없이 카카오 계정 정보로만 시승 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경기침체로 내수시장이 축소하고 있는 것도 완성차업체가 시승 기회를 늘리는 이유 중 하나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승용차 판매량은 143만9310대로 전년(150만7592대) 대비 4.5% 감소했다. 올해도 자동차시장이 녹록잖을 거란 우려가 커지면서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히기 위해 소매를 걷고 있는 거다.

소비자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볼보코리아가 지난달 출시한 전기차 EX30은 2주 만에 1만6000명이 넘는 시승 신청자가 몰렸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시승 기회가 증가한다는 건 자동차시장이 소비자 우위로 전환했다는 걸 의미한다. 아무리 온라인에 정보가 많더라도 자동차는 직접 타봐야 안다”고 말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