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조선업 ‘피크아웃(정점 통과)’ 흐름이 가시화하고 있다. 선박 발주량 및 가격이 나란히 꺾이면서다. 다만 호황의 정점을 지나더라도 과거 10년 평균(2015~2024년)을 웃도는 좋은 업황은 2030년까지 지속한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17일 영국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2월 누적 글로벌 신조선 발주는 총 123척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77척과 비교해 74.2% 감소했다. 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 기준으로는 65.4% 줄었다. 한국은 올해 들어 21척(122만CGT, 점유율 32%), 중국은 74척(185만CGT, 48%)을 수주했다. 지난달만 놓고 봐도 전 세계 발주량은 총 50척으로 지난해 181척 대비 72.4% 줄었다. CGT 기준으로도 61.8% 감소했다.
중국이 잘하는 컨테이너선 발주는 증가했지만, 한국의 주력 선종인 액화천연가스 운반선(LNG)은 줄었다. 올해 1~2월 컨테이너선 발주량은 지난해보다 44.2% 증가했다. 지난 한 해 한국과 중국의 컨테이너선 수주 점유율은 각각 12.1%, 87.8%였다. 반면 한국의 수주 점유율이 57.2%, 중국이 42.8%였던 LNG선의 올해 1~2월 발주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6.0% 감소했다. 액화석유가스선(LPG선), 벌크선, 탱커선 등도 올해 들어 90% 넘는 발주량 감소를 기록했다.
선박 가격도 지난해 정점을 찍은 이후 내림세를 이어가고 있다. 클락슨 신조선가 지수는 지난달 말 1월(189.38)보다 1.02 떨어진 188.36을 기록했다. KB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지난달 달러 표시 선가 하락률은 0.42%, 원화 기준 선가는 1.8% 내렸다. 환율 변동성이 확대한 결과다.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지난해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올해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이 전년 대비 약 32% 감소한 4500만 CGT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발주액 역시 약 34% 감소한 1350억 달러(약 195조)로 추산했다. 보고서는 “전반적인 신조선가 하락이 예상되며 발주액 감소 폭이 발주량 감소 폭을 소폭 능가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조선 업계는 피크아웃이 현실화하더라도 당분간은 시장 상황이 나쁘지 않으리란 전망이 우세하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지난해와 비교하면 발주량이 줄 수 있지만, 올해도 지난 10년 평균 선박 발주량을 웃돌 것”이라며 “2030년까진 조선업 호황이 유지된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말 클락슨 신조선가 지수도 지난해 2월(181.39)과 비교하면 4%, 지난 2021년 2월(128.43)보다는 47% 상승한 수치다.
황민혁 기자 ok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