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가 냉난방 공조(HVAC·온도, 습도, 환기 등을 자동 조절하는 시스템) 분야에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두 기업은 국제 전시회에 나란히 참가해 냉난방 공조의 핵심인 히트펌프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히트펌프란 전기와 냉매를 활용해 외부 열 에너지를 실내로 끌어오거나, 실내 열을 외부로 방출하는 고효율·친환경 기술로 보일러를 대체할 솔루션으로 꼽힌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17~21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리는 유럽 최대 규모 냉난방 공조 전시회 ‘ISH 2025’에 참가한다고 밝혔다. 두 회사는 전시장에 각각 150평 규모의 부스를 마련했다. 유럽은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목표로 지역별 에너지 효율 기술에 대한 지원책을 제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냉난방 공조 솔루션인 히트펌프 EHS(에코히팅시스템) 제품을 선보인다. EHS는 에어컨 실내기에서 냉매와 물의 열 교환으로 만들어진 에너지로 바닥 난방과 온수 공급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 중 가정용 히트펌프 제품에는 인공지능(AI) 가전에 들어가는 7인치 터치스크린 ‘AI 홈’이 탑재됐다. 난방을 위해 최대 75도 고온수를 공급할 수 있는 제품도 있다.
LG전자도 주거용 히트펌프 제품들을 소개한다. 이 제품은 외부 공기의 열 에너지로 실내 냉난방 및 온수를 공급한다. 유럽 단독주택에 적합한 제품 ‘써마브이 R290 모노블럭’에는 지구온난화지수(GWP)가 낮은 냉매가 적용됐다. 다세대 주택을 위한 고효율 히트펌프 제품도 전시한다. 앞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지난달 북미 최대 공조 전시회 ‘AHR 엑스포’에도 참가해 가정용·상업용 고효율 공조 제품을 전시했다.
LG전자는 HVAC 사업 경쟁력을 위해 지난해 말 ES사업본부를 신설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6월 노르웨이 오슬로에 히트펌프 컨소시엄을 만들고, 7월 프랑크푸르트에 에어솔루션연구소를 설립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유럽 기후와 주택 구조를 반영한 고효율 공조 솔루션을 연구한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기후변화가 현실화된 상황에서 냉난방 공조 시장의 장기적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한국은 누진세 영향으로 가정용 히트펌프는 거의 도입되지 않고 있으나, 상업용에서 시장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열 방출이 중요한 데이터센터 수요가 높아지면서 산업용 공조도 주목받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레이츠리서치는 냉난방 공조 시장 규모가 2033년 3903억 달러(약 566조5000억원)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