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우리금융지주 경영실태평가 등급을 기존 2등급에서 3등급으로 한 단계 낮췄다. 우리금융의 동양·ABL생명 인수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시장에선 조건부 승인 전망도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이르면 5월 생보사 인수 승인 여부를 발표할 계획이다.
금감원은 17일 우리금융 경영실태평가 등급을 3등급으로 한 단계 낮추기로 하고 금융위와 우리금융에 이번 주 안에 알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우리금융이 경영실태평가에 3등급을 받은 건 2004년 이후 21년 만이다.
금감원은 지난해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의 친인척 관련 부당 대출이 드러나 정기검사를 진행했고, 지난달 총 2334억원 규모 부당 대출이 있었다고 발표했다. 임종룡 현 우리금융 회장 취임 이후에도 상당한 규모의 불법 대출이 실행됐음을 명시하면서 금융권에서는 등급 하락을 예상해왔다.
이번 결정이 우리금융의 보험사 인수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8월 우리금융은 중국 다자보험으로부터 동양·ABL생명을 약 1조5500억원에 인수하기로 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라 경영실태평가 3등급을 받은 지주회사는 자회사 인수가 어렵다.
다만 자본금 증액이나 부실자산 정리 등을 통해 요건이 충족될 수 있다고 금융위가 인정하면 승인이 가능하다는 규정도 있다. 금융위는 이번 주 금감원에서 결과를 넘겨받아 우리금융의 보험사 인수 적격 여부를 판단한다. 시장에서는 경영 건전성 개선 등을 전제로 한 조건부 승인이 내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위가 2004년 경영실태평가 3등급을 받은 우리금융의 LG투자증권 자회사 편입을 조건부 승인한 전례도 있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