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야, 승복한다면서 불복 부추기는 거리투쟁 계속하나

입력 2025-03-18 01:30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가 지난 15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리고 있다. 오론쪽 사진은 같은 날 탄핵 촉구 집회가 서울 종로구 동십자각 인근에서 진행된 모습. 이날 여야 의원들은 탄핵 찬반 집회에 참석해 ‘탄핵 기각’과 ‘파면’ 구호를 각각 외치며 총력전에 나섰다. 연합뉴스

여야가 겉으로는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결과에 승복하겠다지만 실제 보여주는 모습은 영 딴판이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7일 “우리는 선고에 승복할 테니 탄핵이 기각되면 민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선동하는 더불어민주당도 빨리 승복을 선언하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여당에선 지도부만 승복을 이야기할 뿐 다른 사람들은 그럴 의지가 전혀 안 보인다. 여당 의원 62명은 이날에도 일주일째 헌재 앞에서 탄핵 기각·각하를 촉구하는 릴레이 시위를 이어갔다. 그들이 벌이는 기자회견이나 탄핵반대집회 연설에선 “헌재는 황소 발에 밟혀 죽는 개구락지 신세” “헌재가 국민 불신을 얻으면 가루가 될 것”이라는 위협적 언사도 쏟아지고 있다. 지도부는 “그건 개별 의원들 뜻이고 승복이 당론”이라지만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다.

야당도 말 따로 행동 따로이긴 한가지다. 민주당은 여당의 승복 요구에 “우리도 승복하겠지만 여당의 승복 약속이 진정성 있으려면 헌재 앞 릴레이 농성부터 철수시키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민주당 의원들 역시 이날까지 엿새째 국회에서 광화문까지 탄핵을 촉구하는 거리행진을 펼쳤다. 광화문에선 의원들이 단식투쟁 중이고, 시민단체들과 연대 투쟁도 하고 있다. 여당이 벌이는 헌재 앞 시위나 국회 제1당의 거리행진·단식투쟁 모두 헌재와 재판관들을 압박하고 위협하는 것이긴 마찬가지다.

더 걱정되는 것은 연일 이어지는 집권당과 제1야당의 장외투쟁과 헌재를 향한 압박이 탄핵 찬반 시민들의 불복 의지를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이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주말 대규모 집회에 이어 월요일인 어제도 헌재 주변과 광화문에서 10건 가까운 탄핵 찬반 집회가 열렸다. 또 곳곳에서 찬반을 놓고 말다툼이나 몸싸움이 벌어지는 등 시민들도 많이 흥분돼 있는 상태다. SNS 등에선 “헌재를 날려버리자” 등의 극단적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시민들을 진정시키고 승복 분위기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할 제도권 정치인들이 오히려 그 반대되는 행동만 하고 있으니 딱하다.

아울러 누구보다 앞장서서 승복 의지를 보여야 할 윤 대통령이 계속 침묵하고 있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현 상황을 내버려둔다면 충돌은 더 격해지고, 자칫 불상사가 생길지도 모른다. 윤 대통령이 진정 국가와 국민을 생각하는 지도자라면 헌재 선고 전 선제적으로 승복하겠다는 메시지를 내야 하는 이유다. 더 늦기 전에 현명한 결단을 내리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