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재용 회장의 “사즉생” 각오, 삼성 도약 기폭제 되길

입력 2025-03-18 01:20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달 3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최근 삼성 계열사 임원들을 상대로 한 세미나에서 “삼성다운 저력을 잃었다. ‘사즉생’의 각오로 위기에 대처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발표했다. 또 “삼성은 죽느냐 사느냐 하는 생존의 문제에 직면했다” “경영진부터 통렬하게 반성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위기 상황이 아니라 위기에 대처하는 자세”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이 회장이 내놓은 어떤 발언보다 뼈저린 각성과 다짐을 보여준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삼성이 처한 위기 상황이 생존이 달릴 정도로 심각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 IT 분야에서 확고한 경쟁력을 보여줬던 대표 계열사 삼성전자의 위상은 눈에 띄게 하락하는 추세다. 무엇보다 인공지능(AI) 시대 대비에 소홀하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 제품 수요 대응에 한발 늦었다. 삼성전자 반도체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은 15조1000억원으로, HBM 시장을 선점한 SK하이닉스(23조4673억원)에 사상 처음 역전당했다. 이밖에 TV(2023년 30.1%→지난해 28.3%), 스마트폰(19.7%→18.3%), D램(42.2%→41.5%) 등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도 일제히 하락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추진, 보호주의적 통상 대책 등 대외 불확실성도 어느 때보다 커 삼성은 안팎의 악재에 휩싸인 형국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고 있는 삼성호에 대한 국민 믿음도 큰 게 사실이다. 위기 때마다 오뚝이처럼 일어선 삼성 DNA를 익히 알고 있어서다. 이 회장의 이번 발언은 1993년 부친인 고(故) 이건희 회장의 독일 프랑크푸르트 선언을 연상케 한다. 이 전 회장은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고 했고, 삼성은 이후 대대적 혁신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섰으며 한국 경제의 성장에도 일조했다. 아버지 때처럼 이 회장의 간절한 메시지가 잠자는 삼성의 혁신 본능을 깨우길 바란다. 세미나에 참석한 임원들은 ‘위기에 강하고 역전에 능하며 승부에 독한 삼성인’이라고 새겨진 패를 받았다고 한다. 정치·경제·외교 등 모든 분야에서 헤매고 있는 한국 상황을 보건대 위기를 역전해 승부수를 띄우는 자세만큼 간절한 게 없다. 이 회장과 독한 삼성인의 분투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