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제주 관광산업 이끈 김평진씨 ‘이달의 재외동포’

입력 2025-03-18 02:19

어릴 적 일본으로 건너가 자수성가한 뒤 고향인 제주도 발전을 위해 헌신한 재일동포 기업인 고(故) 김평진(사진) 전 재일제주개발협회장이 우리 정부의 첫 ‘이달의 재외동포’로 선정됐다.

고인은 1926년 제주 회천동에서 태어나 15세에 일본으로 건너갔다. 1945년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오사카의 비누공장에서 일했던 경험을 살려 직접 비누 생산을 시작했다. 생활필수품이 부족했던 당시 일본에서 그의 비누는 큰 인기를 끌었다. 김 전 회장은 이후 요식업으로 사업을 확장해 라면 가게를 운영했으며 초밥집, 다방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했다. 1959년에는 김해철공소 등을 직접 경영했고, 1967년에는 도쿄에서 김해상사를 설립해 파친코, 레스토랑 등 사업으로 성공을 거뒀다.

사업가로 성공한 김 전 회장은 고향인 제주도 발전에 힘을 썼다. 1963년 사재를 들여 제주 최초의 현대식 관광호텔인 제주관광호텔을 건립했고, 이듬해에는 서귀포 허니문하우스(파라다이스호텔 전신)를 세웠다. 1966년에는 경영난으로 폐교 위기였던 제주여자학원(제주여중·제주여고)을 인수해 1995년까지 이사장을 지냈다. 그는 1977년 제주신문사(현 제주일보)를 인수해 신문사 운영을 현대화했다. 1963년 첫 고향방문단으로 제주에 왔을 때 일본 감귤 묘목 500그루를 가져다 식수해 제주도 감귤 사업의 기반을 닦기도 했다.

정부는 김 전 회장의 공헌을 높이 평가해 1968년 국민훈장 동백장, 1981년 국민훈장 모란장, 1987년 국민훈장 무궁화장 등을 수여했다. 그를 1호 이달의 재외동포로 선정한 재외동포청은 앞으로 매달 대한민국의 발전 또는 거주국 내 한국의 위상을 높인 유공자를 발굴해 발표할 예정이다.

박준상 기자 junwit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