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지난 1월 동맹인 한국을 ‘민감국가 및 기타 지정 국가 목록(Sensitive and Other Designated Countries List·SCL)’에 전격 포함시킨 배경을 두고 여러 추측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군비통제협회(Arms Control Association·ACA)의 대릴 킴볼 사무총장은 16일(현지시간) 국민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계엄령을 시행 시도를 포함한 서울의 정치적 혼란, 한국 고위 관리들이 핵무기 옵션을 열어둘 가능성을 언급한 발언들, 그리고 한국이 핵무기 옵션을 갖추는 데 필요한 기술을 고려했을 때 미국 에너지부가 대한민국을 핵확산 민감국가로 지정한 것은 놀랍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의 정치 상황과 연이은 핵 보유 언급, 핵 관련 기술을 감안하면 한국을 민감국가로 지정한 것은 예측 가능한 수순이었다는 설명이다.
핵 군축 전문가인 킴볼 사무총장은 특히 조태열 외교부 장관의 이름을 거론하며 “북한을 견제하기 위해 핵무장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not off the table)’고 한 조태열 장관의 2월 발언과 같은 도발적 발언들은 한국이 핵확산 위험국임을 분명히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조 장관은 지난달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나와 한국의 자체 핵무장론과 관련해 “아직은 시기상조인 측면이 있지만 ‘오프 더 테이블’(논외)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민감국가 지정 이후 나온 것이지만 킴볼 사무총장은 한국 외교장관의 이런 발언이 워싱턴 조야의 핵확산 우려를 자극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이어 “미국 에너지부가 한국을 핵확산 민감국가로 지정한 세부 사항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한다”면서도 “이(민감국가 지정)는 한국이 우라늄을 농축하거나 미국 원천 기술을 통해 사용후연료를 재처리해 핵무기 제조가 가능한 플루토늄을 생산하는 것에 대해 미국의 승인을 받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킴볼 사무총장은 또 “원자력공급국그룹(Nuclear Suppliers Group·NSG) 지침 또한 공급국들이 핵확산 우려가 있는 지역 내 국가들에 우라늄 농축 및 재처리 기술 이전 자제를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NSG는 핵무기 확산을 막고 핵 기술과 관련된 민감한 물질·장비의 이전을 통제하기 위해 설립된 다자 간 수출통제 체제로 한·미가 동시에 가입돼 있다.
킴볼 사무총장은 “한국 정부 관리들이 핵무기를 추구하지 않겠다는 핵확산금지조약(NPT)상의 약속을 위반할 가능성을 계속 고려한다면 미국과의 관계는 악화될 것이며 한국의 국제적 이미지와 경제적 위상도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서울과 워싱턴은 핵무기가 아닌 재래식 전력 강화를 통해 상호방위 공약을 강화하고 북한의 공격을 저지할 수 있는 능력을 확충해야 한다”며 “한반도에 핵무기가 더 많아진다고 해서 어느 누구도 더 안전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