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건강] 줄기세포 해외 원정 치료 줄어들까… 아직은 반응 미지근

입력 2025-03-18 23:11
매년 5만명 넘게 규제 덜한 해외로
중증·희귀·난치질환 국내 치료 가능
첨단 바이오 활성화 전환점 계기로

게티이미지뱅크

지방흡입 의료기관인 365mc는 최근 정부에 첨단재생의료 실시기관 지정을 신청하고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지방줄기세포센터를 열었다. 지난달 21일부터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지원과 안전에 관한 법률’(첨단재생바이오법) 개정안이 본격 시행에 들어가면서 센터에 보관 중인 지방 줄기세포를 기반으로 항노화, 난치성 질환 관련 임상 연구와 환자 치료를 진행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4월 첨단재생의료 실시기관 허가를 받은 A 관절전문병원의 원장은 17일 “줄기세포를 포함한 ‘자가 지방 유래 기질혈관분획물(SVF)’로 3등급 이상 무릎 관절염 환자의 연골 재생 치료 등 3~4건의 첨단재생의료 치료 신청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2020년 8월 최초 법 시행 이후 처음 개정된 첨단재생바이오법은 사람 대상 임상연구의 대상을 기존 중증·희귀·난치 질환에서 ‘모든 질환’으로 범위를 넓힌 점과 ‘첨단재생의료 치료 제도’를 새로 도입한 것이 특징이다.

기존 법에선 임상연구의 대상 질환이 중증·희귀·난치 질환으로 한정돼 많은 환자 대상으로 첨단재생의료 기술이 폭넓게 연구되기엔 제약이 많았다. 또 임상연구에서 유효성과 안전성이 입증돼도 치료에 활용하는 것은 불가능해 매년 5만명 이상의 암, 알츠하이머병 등 중증·난치 환자들이 일본 등 규제가 덜한 해외로 원정 치료를 떠나는 일이 반복됐다. 한 번 해외 치료에는 1억원 이상이 들어 국부 유출에 대한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또 당초 법 제정의 목적이기도 했던 세포·유전자 치료제 개발 등 첨단재생의료 산업 발전에도 한계로 작용했다.

이 때문에 이번에 임상연구 대상 확대와 치료 제도 신설이 해외 원정 치료를 갔던 환자들이 국내서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미래 유망한 첨단바이오산업 활성화를 견인할 ‘전환점’이 될 것이란 희망 섞인 기대가 나온다.

하지만 일각에선 신설된 치료 제도 역시 중증·희귀·난치 질환이 대상이고 중·고위험 의료의 경우 임상연구를 거쳐야 비로소 치료에 적용할 수 있는 등 ‘빗장’이 덜 풀렸다는 지적도 있다. 환자로선 첨단재생의료 치료 기회를 얻더라도 비급여로 인해 고가의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만큼 이 또한 해결 과제로 남아 있다.

개정법 시행에 거는 기대와 우려


첨단재생의료는 사람 또는 동물에서 유래한 세포나 조직·장기를 물리적, 화학적, 생물학적 방법으로 처리해 인체 구조 및 기능을 회복(재생)하거나 질병을 치료·예방하는 분야다. 세포 치료, 유전자 치료, 조직공학 치료, 융복합 치료가 해당한다. 첨단재생의료는 보건복지부로부터 실시기관 지정을 받은 곳에서만 가능하다. 지난 13일 기준 125개(상급종합병원 44개, 종합병원 44개, 병·의원 37개)가 지정돼 있다. 재생의료 실시기관에 처리된 세포 등을 공급하는 시설은 지난 2월 말 기준 48곳이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았다. 개정법 시행으로 재생의료 실시기관과 세포처리시설 신청이 많이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개정 법령에는 산업계나 의료기관이 잘못 알거나 헷갈릴 수 있는 부분도 있어 정확히 알고 추진할 필요가 있다. 우선 첨단재생의료의 임상연구 대상은 ‘모든 질환’으로 확대됐으나 미용·성형 분야는 범위에서 제외됐다.

일부 의료계에선 이번 법 개정으로 줄기세포 시술 등이 피부미용·성형 등 항노화 분야에 보다 폭넓게 허용될 거로 예측하고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항노화 관련 첨단재생의료의 경우 경계가 모호한 측면이 있다. 무릎 관절염이나 알츠하이머병 등 퇴행성 노인질환의 예방·치료도 항노화의 범주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실제 2020년 법 시행 후 지난 2월 말까지 복지부 첨단재생바이오심의위원회 심의를 통과(적합)한 42개의 임상연구 과제(고위험 15개, 중위험 17개, 저위험 10개) 중에는 무릎 관절염, 어깨 회전근개 파열, 치매 등 퇴행성 질환이 포함돼 있다. 임상연구 대상 여부는 첨단재생바이오심의위에서 최종 결정한다. 인체 세포 등의 종류와 ‘최소 조작(단순 세포 분리·농축·냉동 등)’ 여부에 따라 첨단재생의료의 위험도 분류가 달라지는 만큼, 이를 정확히 알고 임상연구 계획서를 신청해야 한다. 고위험이면 심의위의 ‘적합 판정’을 받아도 식약처의 최종 승인을 받아야 임상연구가 가능하다.

한 첨단재생의료 실시기관 관계자는 “임상연구 대상이 모든 질환으로 넓어졌지만, 신청서 작성 시 해당 여부 판단이 애매한 경우도 있어 기준이나 범위별 사례 제시 등 보다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하반기 1~2건 치료 신청 예상”

새로 도입된 첨단재생의료 치료는 임상연구의 트랙을 따르되, 몇 가지 유의할 사항이 있다. 임상연구가 모든 질환 대상으로 가능한 것과 달리, 치료는 ‘중대·희귀·난치 질환’으로 여전히 묶여 있다. 이 역시 경우에 따라 기준이 모호할 수 있다. 실제 희귀질환의 경우 희귀질환관리법 상 지정된 질환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지정을 받지 못한 것들도 적지 않다. 이 또한 첨단재생바이오심의위와 산하의 별도 ‘임상 치료 전문위원회’에서 판단하도록 하고 있지만 명확한 기준 제시 등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중·고위험 치료의 경우는 반드시 임상연구를 통해서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돼야만 진행 가능하다. 저위험 치료는 임상연구를 거치지 않아도 시작할 수 있다. 단, 이미 첨단바이오의약품 허가를 받았거나 신의료술로 인정받은 경우, 치료에서 제외된다.

첨단재생의료 치료는 임상연구와 달리 실시기관이 환자에게 비용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고가일 가능성이 크다. 의료기관에서 적정한 치료 비용을 제시하고 심의위에서 가격의 타당성과 근거를 철저히 살펴 합리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법 시행 초기라 아직 치료 계획 신청은 ‘0건’인 것으로 확인됐다. 복지부 관계자는 “치료 제도 관련 문의와 상담은 많지만 치료 계획을 신청한 곳은 없다. 진행된 임상연구 42건 중 올해 안에 마무리되는 8~9건 가운데 유효성과 안전성이 확인된 중·고위험 연구들이 치료 단계로 넘어가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르면 하반기에 1~2건의 첨단재생의료 치료 신청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