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글속 세상] 스틱으로 ‘퍽’ 때리며 스트레스 ‘팍’ 날려요

입력 2025-03-18 23:03
여성 직장인으로 구성된 아이스하키팀 로켓걸스의 팀원들이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아이스웍스 역삼점에서 스케이트를 타며 스틱으로 퍽을 다루는 스틱 핸들링을 연습하고 있다. 아이스하키 매력에 푹 빠졌다는 이들은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저녁 10시가 되면 빙상 위에서 구슬땀을 흘린다.

어둠이 짙게 깔린 밤 10시, 대부분 잠자리에 들 시간에 낮보다 더 뜨거운 곳이 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자리한 빙상경기장은 격렬한 열기로 가득하다. 빙판 위에 선 이들은 20대부터 40대에 이르는 여성 20여명. 금융인, 변호사, 간호사, 회사원 등 직업은 각양각색이지만, 이들은 아이스하키라는 연결고리로 하나로 묶였다.

로켓걸스는 지난달 27일 경기도 하남 아이스박스에서 트리걸스와의 '3 ON 3' 리그 경기를 치렀다. 골키퍼를 제외한 3명이 출전하는 방식이다. 나머지 팀원들이 교대를 기다리며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거친 스포츠, 남성 스포츠라 알려진 아이스하키는 한국에서 대표적인 비인기 종목이었다. 하지만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에서 남자 대표팀이 동메달을 따면서 인식이 크게 바뀌었다. 동시에 여성 직장인 사이에서 아이스하키 동호회 인구가 빠르게 늘고 있다.

로켓걸스 팀원들이 지난 11일 훈련에 앞서 안전을 다짐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어떤 매력이 이들을 붙잡은 걸까. 여성 직장인 아이스하키팀인 ‘로켓걸스’ 팀원들을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아이스웍스 역삼점에서 만났다. 스케이트, 마스크, 글러브 등 장비로 중무장한 여성들은 빙판 위에서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는 한 발 밀기, 두 발 밀기, 슬라이딩 같은 기본기부터 익혔다. 이어 퍽(아이스하키에서 사용하는 공)을 다루는 기술인 스틱 핸들링과 패스, 슈팅 연습을 2시간가량 했다.

평범한 직장인이지만 장비를 착용하면 열정 가득한 아이스하키 선수가 된다. 로켓걸스 주장을 맡은 이연민(33)씨가 지난 11일 빙판 위에 누워 있다. 이씨 옆에 아이스하키 장비들이 놓여 있다.

광고 전문기업에서 일하는 최혜령(27)씨는 “바쁜 업무로 체력이 떨어져 새로운 취미를 찾고 있었어요. SNS에서 여성들이 아이스하키를 즐기는 모습을 보고 도전하게 됐다”고 했다. 아무래도 거친 스포츠 경기이다 보니 걱정하는 시선이 많았지만, 즐거움과 성취감이 더 크다고 한다. 최씨는 “아이스하키는 여성도 즐기기에 안전하고 운동량이 많아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 반전미를 보여주는 멋진 사진도 찍을 수 있어서 좋다”고 강조했다.

아이스하키에서 사용하는 퍽은 지름 7.6㎝, 두께 2.54㎝, 무게 170g의 고밀도 고무다. 시속 160㎞로 날아간다.
지난달 27일 경기도 하남 아이스박스 아이스링크장에서 심판이 지켜보는 가운데 로켓걸스와 트리걸스가 '3 ON 3' 리그 경기를 시작하고 있다.

로켓걸스 팀원들은 아이스하키가 협동심과 빠른 판단력을 요구하는 경기라서 직장 생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입을 모은다. 성인 취미 아이스하키 클럽인 로켓츠의 신상윤(28) 코치는 “우리 클럽에서 아이스하키를 즐기는 강습생 600여명 가운데 80% 정도가 여성일 정도로 아이스하키가 여성들에게 큰 인기”라면서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스포츠인 아이스하키로 모두가 즐겁고 건강한 삶을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로켓걸스 팀원들이 지난 6일 서울 강남구 아이스웍스 역삼점에서 슈팅 연습을 하고 있다.

글·사진=권현구 기자 stow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