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는 다채로운 자연환경을 품고 있다. 한라산을 중심으로 사면이 에메랄드빛 바다로 둘러싸여 있다. 제주의 바다는 아름답기 그지없지만 겨울 바다는 거칠기로 유명하다. 최근 5년간 기상 통계를 살펴보면 2월 한 달 동안 제주 먼바다에서는 평균 19.6일간 풍랑특보가 발효됐다. 제주 앞바다에서는 13.4일간 높은 파도가 지속됐다. 악천후는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는 어업인에게 가장 큰 위협이 된다.
지난해 11월 제주 비양도 인근 해상에서 부산 선적 선망어선이 전복 후 침몰했다. 지난달에는 성산 인근 갯바위에서 제주 선적 어선 두 척이 한꺼번에 좌초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같은 달 서귀포 남서쪽 833㎞ 해상에서 제주 선적 근해 연승어선이 전복됐고, 풍랑주의보 속 피항하는 어선이 서귀포 지귀도 해상 인근에서 전복되는 등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앗아가는 안타까운 사고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고가 잇따르면서 해양경찰은 쉴 틈이 없다. 제주해양경찰은 지난 5년간(2020~2024년) 바다에서 위기에 처한 국민 1만2000명을 구조했다. 또 2200여척의 선박을 위험에서 구조했다. 한 달에 200명, 36척의 선박을 구하기 위한 구조 작업이 쉴 새 없이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해경은 상처를 입거나 생명의 위협을 감수하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달 13일에는 전날 제주 해상에서 발생한 어선 전복 사고 실종자 5명을 찾기 위한 수중수색 과정에서 해경 구조대원 1명이 산소포화도가 급격히 떨어져 병원으로 긴급 이송되기도 했다.
해경은 누군가를 구하기 위해 매일 거센 풍랑 속으로 뛰어든다. 경비함정으로 해상에서 생명을 구하고, 항공기를 타고 하늘에서, 또 공기통을 메고 바닷속으로 들어가 인명을 구하는 전문가다. 그래서인지 끝이 보이지 않는 넓은 바다에서 고군분투하는 해경의 모습은 척박한 환경에서 강한 의지로 터전을 일구며 살아온 제주 사람들과 닮아 있다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하지만 해양에서 벌어지는 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해경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우리 모두의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 기상이 안 좋을 때는 물놀이나 낚시를 피하고, 어선들은 적재량을 잘 지켜 조업해야 한다. 지난해 11월 제주 해상에서 침몰한 135금성호의 사고 원인은 ‘과도한 어획량’ 때문이었다는 수사 결과가 최근 나왔다. 적재량을 초과하면 배는 선체 복원성을 상실한다. 당시 사고 선박은 만선의 기쁨을 안았지만 그것도 잠시, 승선원 29명 중 5명이 숨지고 9명이 실종되는 큰 비극을 겪었다.
제주 바다가 변함없이 사람들을 품어주듯 해경 또한 변함없는 헌신과 책임감으로 제주 바다를 지켜나갈 것이다. 자연과 사람이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아름다운 제주. 이 제주 바다에서 단 한 명의 생명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 해경은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박상춘 제주지방 해양경찰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