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트럼프 관세 정책의 부메랑

입력 2025-03-18 00:32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 글로벌 금융 시장은 미국 예외주의에 보다 많은 무게를 싣기 시작했다.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미국은 관세 부과를 통해 다른 국가의 수출 성장이라는 부마저 미국으로 집중시키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다른 국가의 성장은 보다 둔화되고 미국으로 집중될 것이라는 기대는 미국 자산 시장을 뜨겁게 달아오르게 했고, 미국 예외주의는 보다 공고화되는 것으로 보였다.

그런 시장의 기대를 안고 출범한 트럼프 행정부는 자칫 재정 적자를 자극할 감세 이슈보다 다른 국가와의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는 데 초점을 맞추며 과격한 관세 정책을 들고 나왔다.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보편 관세를, 중국에는 두 차례에 걸쳐 20%의 관세를 인상했다. 그리고 철강과 알루미늄 산업별 관세를 추가 25% 부과했을 뿐 아니라 다음달 초 상호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관세율뿐 아니라 각종 교역 관련 규제, 통화 정책, 환율 정책 등을 관세율로 환산한 비관세 장벽까지 적용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보편, 산업별, 그리고 상호 관세까지 부과될 경우 특정 산업에서는 50% 이상 관세를 부과받는데, 해당 상품을 수출하는 국가에는 치명적인 타격이 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과감한 관세 부과 및 다양한 압박으로 미국의 성장은 보다 강화되고 미국 이외 국가들의 성장은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렇지만 이 정도의 강한 관세 부과가 미국에 긍정적으로만 작용할지는 의구심이 남는다. 우선 기대인플레이션 측면에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정확한 시점은 나오지 않았지만 향후 높은 세율의 관세가 부과될 경우 수입 물가가 큰 폭으로 뛰어오를 수 있다. 또한 경제 주체들은 관세 부과 이후 수입품 가격이 크게 오를 것이라는 두려움에 미리 제품을 구입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고, 물가 상승에 대한 확신을 가지면서 기대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릴 수 있다.

실제 미시간대에서 발표하는 기대인플레이션지수는 1년 단기뿐 아니라 5년 중기 영역에서도 크게 뛰어오르며 5년의 경우 199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인플레이션 기대가 높아지면 경기 부양을 위한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가능성은 더욱 낮아질 수밖에 없고, 이는 미국 금리가 다른 국가 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게 될 것임을 의미한다. 타 국가 대비 높은 미국 금리는 달러의 보유 매력을 높이면서 달러 강세로 이어지는데, 이 경우 미국은 고금리와 강한 통화(강달러)라는 경제환경에 놓이게 된다. 고금리는 소비에, 강달러는 수출에 중장기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치곤 한다. 최근 미국의 소비경기 및 소비심리가 위축되는 현상, 이런 고금리·강달러 기조와 맞물려서 해석해볼 수 있다.

또한 캐나다와 유럽, 중국을 중심으로 보복 관세를 비롯한 강한 반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예상하지 못한 고율 관세 부과에서 자국 산업을 지키기 위해서는 맞불 관세로 대응하는 수밖에 없는데, 관세 부과가 지금같이 전방위적으로 빠르게 이어진다면 각국의 맞불 관세로까지 연결되며 소비자의 물가 부담을 더욱 확대시킬 개연성이 높다. 마지막으로 관세 정책의 불확실성이 상당히 높다는 점에 주목한다. 언제 어느 정도 수준으로, 어떤 기준으로 부과할지가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도 계속 바뀌면서 불확실성을 높이는데, 이는 미국 내 기업들의 투자 역시 위축시킬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과감한 관세 정책, 당장은 미국 경제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반작용 역시 시간이 지날수록 강해질 수 있다. 관세 정책의 부메랑이 향후 미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한다.

오건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