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신 나의 하나님. 내가 주를 높이고 영원히 주의 이름을 송축하리이다.”(‘왕이신 나의 하나님’ 중)
지난 10일 경기도 하남의 현대지식산업센터 4층으로 들어서자 익숙한 찬양 소리가 들려 왔다. 회사명 ㈜하우씨티알(대표 신성우 장로)이 적힌 입구 팻말, 잘 정돈된 사무용 책상과 설비 등은 여느 기업 사무실과 다를 것 없었지만 찬양이 흘러나오는 회의실 공간은 남달랐다. 보통의 기업 회의실에서는 보기 어려운 기타와 전자 드럼, 전자 키보드와 스피커 등이 마련돼 있었다.
반갑게 인사를 건넨 신성우(62) 대표는 “매주 월요일 출근하면 업무보다 먼저 마주하는 게 예배”라면서 “직원들과 제대로 예배를 드리고 싶어 찬양에 필요한 악기를 마련했다”라고 웃었다. 찬양 소리가 잦아든 공간은 진중한 대화로 채워졌다. 이날 주제는 ‘구별’. 테이블에 둘러앉은 직원들 손엔 페이지마다 꼼꼼하게 자기 생각을 적어 둔 ‘홀리 해빗’이란 이름의 교재가 들려있었다.
“저는 41쪽에 있는 ‘나는 누구인가에 어떻게 답하는지에 따라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가 결정된다’라는 문장에 밑줄을 쳤어요. 일요일에 아무리 은혜받으며 예배드려도 월요일만 되면 ‘과연 내가 구별되게 살고 있나’ 고민합니다. 솔직히 죄를 안 지을 순 없잖아요. 자기 죄를 깨닫고, 넘어지더라도 회개하면서 다시 구별된 삶을 살아내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싶어요.”(김병욱·43)
“교회에서는 신실하게 살면서 세상에선 사람들이 원하는 모습에 맞춰서 살아가고 있지 않은지 반성하게 됩니다. 술자리에서 원치 않게 비위를 맞춰야 하고 누군가 남을 험담할 때 동조해야 할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럴 때마다 크리스천으로서 당당하게 고백할 수 있는 믿음이 필요한데 쉽지 않아요.”(이병훈·37)
교재 속 내용을 토대로 자유롭게 대화 나누는 과정엔 스스럼이 없었다. 30대부터 60대까지, 대리부터 대표까지 나이와 직급을 떠나 오롯이 자기 생각을 주고받았다. 기도 제목을 나누는 시간에는 가정예배에서 나눌 법한 개인적인 고백과 기도 요청도 자연스럽게 나왔다.
최근 임플란트 수술을 하신 장인어른의 회복을 위한 기도 제목을 꺼내놓기도 하고, 처음으로 엄마와 떨어진 채 어린이집 생활을 해야 하는 아이를 향한 걱정과 안쓰러움이 공유되기도 했다. 거주 지역도, 가정환경도 제각각인 이들의 대화였지만 꼬리에 꼬리를 무는 격려와 응원이 묘하게 온기로 전달됐다.
일상 속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 동료들과의 시간인 만큼 일터에서 겪는 다양한 상황들도 거론됐다. 거래처 미팅을 앞두고 있는 직원은 “미팅의 모든 과정 가운데서 하나님께서 함께 해주시길 바란다”며 기도를 요청했고, 대표는 “건설 경기가 30% 가까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면서도 “회사 이름 하우처럼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하심’을 믿고 힘내자”고 권면했다.
2020년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퇴사경험이 있는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퇴사 결심의 주요 요인으로 ‘상사·동료와의 갈등’ ‘나와 맞지 않는 조직 문화’ ‘지켜지지 않는 워라밸’ 등이 꼽혔다. 중요한 건 상당수가 이 같은 퇴사 이유를 주변 동료들에게 밝히지 못했다는 점이다. 일터에서 겪게 되는 부정적 경험을 함께 일하는 이들과 공유하며 해소할 기회가 현저하게 부족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김지용(35)씨는 “크리스천으로서 일터에서 영적인 모임으로 한 주의 시작을 맞는다는 건 큰 의미가 있다”며 “내게 주어지는 직무와 관계, 수많은 상황에 대해 신앙적인 공감을 나누며 감당할 수 있는 준비가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지숙(56) 공동대표는 “과거에도 정기적으로 신우회 모임을 했지만 올해부터 ‘홀리 해빗’을 활용해 예배를 드리면서 직원들이 더욱 긴밀하게 마음과 생각을 나눌 수 있게 됐다고 느낀다”며 웃었다.
DNA미니스트리 총괄디렉터 주성하 목사는 “모태신앙으로 수십년 째 교회를 다니고 어렸을 때부터 주일예배에 참여한 크리스천이라고 해도 월요일부터 시작되는 직장생활에서 하나님의 사람으로 살아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영적 코어근육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영적인 습관을 함께 세워나가는 이들이 곁에 있을 때 그 일터는 긍정의 힘이 강화되고 견고한 조직력을 구축할 수 있다”며 “가정과 교회에 비해 비기독교인 구성원이 많을 수밖에 없는 일터는 그만큼 영적 파급력이 크다”고 덧붙였다.
하우씨티알을 창업하기 전 건설 분야의 대기업에서 근무했던 신 대표는 크리스천 직원들이 직장 내에서 끊임없이 신앙의 본질을 말과 태도로 보여줘야 한다며 자신의 경험을 들려줬다.
“(대기업 근무할 때) ‘신우회 같은 거 뭐하러 하냐’고 핍박받기도 했지요. 그럼에도 사장님을 비롯한 비기독교인 직원들에게 ‘신우회 회원들이 우리 회사에 안전사고 일어나지 않도록, 매출이 더 늘어날 수 있도록 늘 기도하고 있다’고 입이 마르도록 얘기하고 다녔어요. 그러다 보니 조금씩 시선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크든 작든 누군가가 애정 어린 마음으로 이 공동체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해요.”
하남=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